곤충 종내 암수의 짝짓기 과정에서 통신물질로 사용되는 성페로몬은 종간 생식격리 과정을 매개하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이다. 종들 사이에 성페로몬을 구성하는 화합물 종류가 다르거나, 같은 것들을 사용하여도 그 조성이 서로 다른데, 이 결과로 종들 사이에 짝짓기 기회가 감소되어 종간 교잡이 억제된다. 팥나방(Matsumuraeses phaseoli)과 이의 동속종으로 2005년 국내에 새로 기록된 어리팥나방(M. falcana)은 모두 콩과작물을 기주식물로 하면서 동소종이기도 하다. 이들의 성페로몬이 밝혀졌는데, 두 종 모두 (E)-8-dodecenyl acetate와 (E,E)-8,10-dodecadienyl acetate, (E,Z)-7,9-dodecadienyl acetate을 구성 물질들로 하고, 이들을 팥나방은 1:7:2, 어리팥나방은 1:1:1의 조성으로 사용하는 것이 추정되었다. 그런데, 합성화합물을 이용한 미끼로 각 종의 성페로몬트랩을 야외에 설치하면 한 종의 트랩에 다른 종이 같이 포획되었는데, 특히 팥나방 트랩에 더 많은 수의 어리팥나방이 포획되었다. 트랩에 처녀 성충을 미끼로 이용하여도 성페로몬 트랩과 유사한 결과를 보여 종간 교잡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인위적인 종간 교잡과 역교잡에서 1대 잡종의 모계가 팥나방인 경우에는 더 이상 자손이 생성되지 않았는데, 이 결과로 짝짓기 통신 과정에서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두 종 사이에 생식격리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 미토콘드리아 시토크롬 옥시다제 유전자의 염기서열에서의 차이처럼 두 종이 다른 유전적 구성을 가질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이상의 결과는 근연종 사이의 생식적 격리에는 성페로몬 이외에 다른 요인이 더 필요하고, 또 종특이적인 성페로몬이 농업적으로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예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