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과 종교
하버드대학교의 로만스 언어학과 교수였던 어빙 배빗(Irving Babbitt)은 1924년에 민주주의와 지도력이란 저서를 출간하였다. 이 저서는 배빗이 오랫동안 주창해왔던 휴머니즘에 관한 사상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것인데 출간 즉시 배빗의 대표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당시 영미문단에서 비평사상을 주도하기 위해 출발한 크라이테리언이란 계간지는 배빗의 제자였던 T. S. 엘리엇이 런던에서 편집을 하고 있었는데, 배빗의 휴머니즘 사상을 쟁점화하여 점검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본 논문은 배빗의 민주주의와 지도력이 출간된 이후 10여 년에 걸쳐 지속된 그의 주된 사상인 휴머니즘에 관한 논쟁에서 배빗이 주창한 핵심사상이 무엇이며, 크라이테리언지를 통하여 이 논쟁에 참여한 기고자들이 배빗의 휴머니즘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취하였는지를 추적한 것이다. 특히 본 논문은 배빗의 휴머니즘에 대하여, 그의 제자였던 엘리엇이 어떤 견해와 입장을 취하였지를 고찰하여 엘리엇의 휴머니즘에 대한 사상의 일면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었다. 부연하면, 엘리엇이 그의 사상을 형성해 가는 초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배빗의 사상은 엘리엇이 영국의 철학자 F. H. 브래들리와 특히 T. E. 흄의 사상을 전폭적으로 공감하여 수용하고, 자신의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의 계기가 된 영국 국교로의 개종과 뒤이어 영국 신민으로 귀화함으로써 배빗의 휴머니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엘리엇의 배빗에 대한 비판은 그의 종교적․신학적 입장에서 배빗의 불가지론적 입장에 기초한 휴머니즘과 상이함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엘리엇이 근본적으로 휴머니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배빗이 주장했던 것처럼 윤리적 가치에 기초한 휴머니즘을 높이 평가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