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란 인간 복지에 대한 생태계의 기여를 의미한다. 초기 그 개념에 혼동이 있었던 상황에서는 목재와 같이 생태계로부터 얻은 물질적 산출물이나, 휴양과 같은 효용을 생태계 서비스와 동일시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재화나 효용은 개념적으로 생태계 서비스와 구분하는 것이 표준적인 접근법이다. 재화나 효용은 생태계 서비스의 결과로, 간접적인 측정치로 활용할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가 생태계 서비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생태계 서비스는 생태계가 제공하는 인류 복지를 위한 기회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여기에 인위적 자본 (인공물, 노동 등)이 투입되어 구체적 재화(목재 등)가 생산 되거나, 비물질적 효용(휴양 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생태계 서비스 평가는 개념적으로 생태계의 서비스 또는 용역을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외 생태계 서비스 평가 연구들은 거의 대부분 해당 생태계의 정보를 구축하는 것에서 출발했었으며, 생태계 정보는 토지피복/이용 정보에 서 출발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태계계정의 기술적 모태인 유럽 토지 계정도 그랬으며, 생태 계 서비스 연구의 기념비적 성과로 언급되는 Costanza et al.(1997) 또한 같은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립생태원이 2015년 국가 수준의 생태계 서비스 잠재 지표를 발표하고, 2016년과 2017년 시군별 생태계 서비스 평가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공간 기본 자료는 환경부의 토지피복지도였다. 그 외 다수의 연구들에서 임상도, 도시생태현황지도 등 추가적인 자료들이 활용되었으나, 전국적 수준에서 표준적인 접근 방법은 역시 토지피복/이용을 생태계 서비스 평가의 대리 지표로 활용하고 부가적 자료들을 보충적으로 활용하는 접근법이었다.
그러나 현존하는 자료에만 의존적인 평가 방법은 본질적으로 생태계 서비스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대리 변수로써 재화나 효용을 측정하게 된다는 문제를 가진다. UN et al. (2014)의 정의에 따르면 생태계 자산은 저량 (stock) 변수이며, 생태계 서비스는 유량(flow) 변수이다. 예를 들어 얕은 대수층의 지하수가 우리에게 효용이 있다면, 그 층에 지하수를 공급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생태계 기능이 서비스이며, 생태계 서비스를 측정한다는 것은 시간에 따른 그 지하수 충전량을 누적해야 한다. 그러나 통상 가용한 자료란 지하수위일 것이며, 이는 강수, 식물과 토양의 증발산, 관개, 이류나 침투, 반환수(return flow) 등 다양한 과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상태 값이다. 상태 값이란 저량의 특정 시점 정보를 의미한다. 이것을 연속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유량인 생태계 서비스를 대리 측정/평가할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가 유량인 생태계 서비스는 아니다. 더구나 특정 시점 단 한 번의 측정값으로는 생태계 서비스를 대리할 수도 없다.
현존하는 자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생태계 서비스를 평가하는 변수들의 종류를 심각하게 제한하게 된다는 한계도 가진다. 엄밀하게 토지피복/이용 자료는 생태계의 유형 정보 중 일부만을 제공할 뿐 생태계 서비스의 종류와 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통계 자료 등을 공간 자료와 함께 활용한다면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생태계 서비스란 비교적 매우 최신의 개념인데 반해, 기존의 통계 정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설계되고 조사되어 온 자료들이므로, 이들이 생태계 서비스 평가를 위한 자료 요구를 적절히 충족시켜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생태계에 대한 생태계 서비스 평가에 있어서 어려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Costanza et al. (1997)은 전 지구의 공간을 특정 유형 생태계로 구분하고, 각 유형별로 생산되는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단순 원단위법을 통해 계산한 후, 이를 산술 합산하여 지구의 생태계 서비스를 평가했다. 이 접근법은 이후 대부분의 생태계 서비스 평가 연구에서 비슷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비판 중에는 동일 면적의 녹지 공간이 도시에서나 국립공원 내에서나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비현실성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지적은 가치 평가에 있어 기회비용의 개념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어떤 공간을 식생완충대로 유지하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공간의 담수 정화 서비스의 양이나 가치가 바로 0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어떤 식생완충 대의 강우 또는 비강우시 토사 유출량에 대한 완전한 자료를 얻었다 해도 그 양 자체를 생태계 서비스로 바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해당 공간의 생태계 서비스 평가를 위해서는 그 공간의 자연적 천이, 개발 압력에 따른 인위적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비교 기준 유형을 설정하고, 해당 공간이 그 비교 유형일 때 토사 유출량과 현재 상태의 토사 유출량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명시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생태계 서비스들의 적절한 평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토양 수분, 하천, 호소, 내화성 수종에 의한 산불 방지 효과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대한 방지 기능에 대한 평가이다. 산불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이런 경우 해당 생태계의 산불 억제 기능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산불의 발생 지점, 발생 당시 기상 상황, 산불 진화를 위해 해당 생태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그 가치가 매우 달라질 것이기 때문 이다. 이런 경우 생태계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표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한 후, 해당 시나리오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 야 할 것이다. 홍수 방지를 위한 둑을 건설할 때, 그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특정 강우 시나리오를 설정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특정 지역 생태계의 생태계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자연적 변화(천이)와 인위적 활동에 따른 변화와 영향을 고려해 다양한 생태적 과정들에 대한 정량적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생태적 모형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측정 자료들과 함께 생태계 모형을 활용함으로써, 자료가 측정하지 못하는 숨겨진 과정들에 대한 정량적 정보를 얻을 수도 있으며, 현재 생태계 물질 흐름과 특정 시나리오 상의 물질 흐름 변화를 비교하는 등의 정보들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외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매우 다양한 생태계 모형들이 설계되고 구현되어왔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모형들 중 대표적인 것들을 검토하고, 소스코드 수준에서 변형이 가능한 모형들을 활용해 우리나라 논 생태계의 생태계 서비스를 시뮬레이션하고 평가할 수 있는 모형을 구축하고 있다. 검토된 모형들 중 선택된 모형들은 CENTURY 4.1, ORYZA 2000, APEX 604 등이다. 이들의 선택 기준은 먼저 소스코드의 공개 여부였으며,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논 생태계의 과정 모의에 대한 적합성이었다. 현재 100여 가지 이상의 생태계 변수들(탄소/질소 흐름, 수문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논 생태계의 생태계 서비스를 분류하고 정량적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 모형의 수정과 적용을 통해 공급과 조절 부문의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정량적으로 분류 하고 평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대지, 묵논, 산림 등 해당 생태계의 변화 시나리오에 대한 비교를 통한 합리적 생태계 서비스 평가 또한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