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계에서 수집된 분변, 털 등 비침습적 시료는 야생 동물의 상태나 특성을 분석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된다. 특히 비침습적 시료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는 야생동물의 유전학적, 생태학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생물학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야생생물-특히 멸종위기야생생물 등-에 대한 분석에 있어 비침습 시료의 활용은 개체의 포획, 채혈, 조직 수집 등에 따른 생체 손상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좋은 시료가 된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산양 집단의 성별 구조분석과 생태복원을 위한 기초자료 확보를 위하여 성 판별을 위한 새로운 분석기법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산양의 분자적 성판별을 위하여 포유동물인 산양의 성염색체(X-, Y-염색 체)에서 공통적으로 암호화되어 있는 zinc finger-X, -Y(ZFX, ZFY) 유전자와 수컷에서만 출현하는 sex-related region Y (SRY) 유전자의 서열을 이용하여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을 위한 시발체(primer)를 고안하였다. 새롭게 제작한 시발체들과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포유동물-범용 시발체들을 사용하여 강원도 오대산 국립공원과 서울 인근에 위치한 용마산에서 수집된 산양 비침습적 시료(분변, 털)와 혈액 유래의 DNA를 대상으로 PCR 시험을 수행하였다. 기존에 보고된 범용 시발체를 이용한 시험결과에서는 대다수의 시료에서 비특이적인 PCR 증 폭산물들이 같이 출현하였고, 암-수를 판독할 수 있는 명확한 실험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본 연구에서 고안한 시발체를 이용하여 혈액 유래의 DNA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SRY 시험에서 수컷에서는 단 하나의 PCR 증폭산물이 관찰되고, 암컷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ZFX-ZFY 시험결과에서는 길이가 다른 두 개의 산물이 수컷에서 관찰되고, 암컷은 단 하나의 PCR 산물만 관찰되었다. 또한 SRY 유전자 성판별 결과와 ZFX-ZFY 성판별 결과는 정확히 일치하였다. 비침습 적 시료에 대한 성판별 시험에서 SRY 체계와 ZFX-ZFY 체계에서 시료들이 암-수로 구분되었고, 대부분의 시료에서 SRY 시험결과와 ZFX-ZFY 시험결과가 일치하였다. 분석결과 중 2 건의 시료에서 ZFX 또는 ZFY 유전자 절편이 검출되지 않는 양상을 보여, 이들 시료에 대하여 DNA 분자 barcoding에 이용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mitochondrial DNA, mtDNA)의 cytochrome oxydase I (COI) 유전자 서열을 추가로 분석하였다. 해당 시료들은 서열의 일부 또는 전체적으로 DNA 서열이 이질적(heteroplasmic)인 현상을 나타내었으며, 이는 증폭된 유전자 서열이 하나의 기원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라, 2 개체 이상이거나 2 종 이상에서 유래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동종 또는 다른 종에 의한 오염이 부분적으로 분자 수준에서의 성 판별 시험을 저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통해 산양 비침습 시료에서 암-수성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새롭게 고안한 ZFX-XFY, SRY 유전자에 대한 PCR 시험방법은 기존에 고안된 방식에 비해 더 좋은 효율을 나타내었으며, 오대산국립공원지역과 서울 용마산에서 수집한 산양 비침습 시료(분변, 털)에서 암-수성별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고안한 산양 성판별 시험방법을 현재 지역적으로 파편화된 양상을 나타내는 지역별 산양집단의 성비 분석에 적용한다면, 포획, 채혈, 조직 수집 등을 통한 산양 생체에 대한 피해 없이 비침습 시료를 이용하여 집단의 성비를 산출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집단의 성비 정보는 지역별로 산재 되어 분포하고 있는 개별적인 산양집단의 보호와 생태복원을 위한 전략마련에 필요한 가치 있는 생태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