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문자를 매개체로 표현하는 가장 함축적인 예술이면 서, 고아한 작가의 마음을 담아내는 ‘심상예술(心象藝術)’이다. 역대 서론 중에서 이러한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서여기 인(書如其人)’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서예사에서 이 서여기 인의 대표적인 인물로 안진경(顏眞卿: 709-785)을 빼놓을 수 없 을 것이다. 안진경은 중국역사에서 가장 번영했던 시기와 몰락 을 겪으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보냈다. 안진경의 충의와 강직한 삶의 태도는 그의 글씨에 굳센 기운으로 표출되었는데 이는 그 의 인품과 사상의 반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안진경이 활약 한 당대(唐代)의 서예는 종래의 도가적인 음유미(陰柔美)로부터 벗어나 유가적인 양강미(陽剛美)로 전환되는 시기이다. 안진경 은 양강미를 서예사에서 최고의 의경으로 승화시킨 서예의 집 대성자이다. 이러한 안진경의 서예미학 사상의 기저를 「술장장 사필법십이의(述張長史筆法十二意)」의 분석을 통해 법고창신(法古 創新)과 근골웅미(筋骨雄媚)의 미학이 그 실체임을 알 수 있었다. 안진경은 기존 왕희지 중심의 서예를 일신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가 서예 속에서 추구한 것은 인간 본연의 순수한 본성으로부 터 나오는 강직한 인간미의 실현으로 그 독창성을 끊임없이 추 구한 서예가였다. 중국서예사에서 왕희지를 ‘서성(書聖)’이라 하 고 안진경을 ‘아성(亞聖)’이라 칭송될 만큼 안진경의 작품은 서 예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본 논문의 연구 과정에서 문자의 서사에만 치중하는 한국서단에 안진경의 인품 과 학양이 어우러진 심원한 공력이 얼마나 중요하고 나아가 진 정한 서예가의 갈 길이 무엇인가를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