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사에서 손과정은 왕희지를 근본으로 하여 자가 성취를 이룬 개성적인 서예가라고 이해되고 있다. 그 이유는 손과정이 왕희지의 고법을 기초로 하면서 형사(形似)보다는 신사(神似) 를 중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서보(書譜)」는 손과정(孫過 庭)이 수공삼년(垂拱三年, 687)에 육조(六朝)의 서예관이나 그 영향하에 있는 서론을 계승하여 집대성한 서예 이론이다. 「서 보」는 이왕(二王)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서예관에 입각하여 창작론·감상론·비평론 등 서예 이론의 모든 영역에 기초와 체 계를 확립하였다. 그 이론의 저변에는 외면적 윤리관을 이루는 유가사상(儒家思想)과 내면을 지탱하는 도가적(道家的) 사유가 융합되어 있다. 따라서 예술 일반에 관한 체계적인 철학 논문 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의 서론을 실기로 제시한 작 품으로서 역대 사현(四賢)들의 작품과 비견(比肩)될 정도로 높 은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러한 「서보」는 후대인에게 법고창신 (法古創新)의 실례로서 끊임없이 찬미받으며 서예사에서 창작 과 이론의 ‘쌍절(雙絶)’로 칭송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서보」는 그 자체가 서예 이론인 저작(著作)으로서, 학술적, 예술적 측면 에서 모두 귀중한 자료적 역할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예사 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기존의 손과정 <서보>에 대한 연구는 철학과 사상적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 서는 기존의 연구에서 벗어나 <서보>의 서체 특징을 분석하여 <서보> 연구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