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충거미과의 모습을 의태하여 시각적 포식자인 깡충거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전략은 여러 나비목 곤충 에서 진화하였다. 하지만 나비목 곤충이 깡충거미 간의 의사소통 신호를 의태한다는 가설은 제안된 바 없다. 본 연구에서는 깡충거미과의 구애/영역성 행동을 의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붉은꼬마꼭지나방(Atkinsonia ignipicta)의 빗살 모양 더듬이와 추켜 올린 다리가 포식을 단념시키는 의태 신호로 작동하는지 실험적으로 검증 하였다. 깡충거미 의태라 추측되는 붉은꼬마꼭지나방의 형태적 및 행동적 특성들을 단계적으로 제외한 뒤 포식 자(흰눈썹깡충거미, Evarcha albaria)와의 조우 시 생존을 비교하였다. 연구 결과, 붉은꼬마꼭지나방은 비슷한 크기의 비-의태 나방에 비해 포식자의 공격을 덜 받았으며, 더듬이나 다리 중 하나라도 결여되었을 때 흰눈썹깡충 거미의 공격이 증가하였다. 이는 붉은꼬마꼭지나방의 더듬이와 다리 모두가 시각적 방어의 중요한 신호로 작동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흰눈썹깡충거미가 붉은꼬마꼭지나방을 향해 구애/영역성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는 점에서 깡충거미의 낮은 공격 빈도가 같은 깡충거미 종류로 오인해서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사층깡충거미(Marpissa pulla)는 붉은꼬마꼭지나방을 상대로 영역성 행동을 잦은 빈도로 보였으며, 이는 붉은꼬마꼭지나방의 형태가 깡충거미 의태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