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澹軒 河禹善(1894~1975)의 생애와 시세계를 고찰할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담헌은 19세기 말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의 시대를 거쳐 20세기 후반에 세상을 마쳤다. 한문학이 막을 내린 이후의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樂窩 河弘達 이후 남명학을 계승해온 하동군 옥종면 안계마을이 그의 고향이다. 담헌은 젊은 시절 일제의 단발령에 저항하며 경남의 각지를 떠돌아다녔으며, 이후로도 혼란한 시대에 ‘敬義’로 표상되는 남명정신을 근간으로 선비의 본분을 잃지 않으려 평생 노력하였다. 때문에 그의 시에는 심성 수양, 남명에 대한 존숭과 유교지식으로서의 처세, 강점기 시대의 세태에 대한 개탄 등이 들어있으며, 근대화 시기의 서울 풍경도 담겨있다. 요컨대 담헌의 삶과 문학에서 혼란한 시대를 살아간 마지막 남명학 계승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