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인문지리학의 장소, 장소성, 장소 상실 개념을 토대로 라띠 꾸말라의 『버따위 연대기』에 구현된 자카르타의 장소성과 토착민 버따위 사람들이 경험하는 장소 상실을 고찰하였다. 작품은 버따위 공동체가 뿌 리내린 자카르타가 오랜 세월 이들에게 안정과 정체성이라는 거주의 본 질을 담지하는 삶의 토대로 여겨져 왔음을 그려낸다. 곳곳의 고유한 자 연환경과 과거 이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은 장소와 그들 간 의 유대와 애착을 두텁게 연결하는 유의미한 매개로 기능해 왔다. 그러 나 도시 개발은 집과 같은 공간에서 이들이 쌓아온 애착, 친밀함, 안락함 의 상실을 초래했다. 또한 풍요로운 자연경관과의 교감, 공동체가 공유하 던 기억이 사라진 자카르타는 장소 상실의 공간이 되어 버린다. 더욱이 삶과 생계의 토대였던 토지를 잃고 변두리로 내몰린 상황은 장소를 상실 한 내지의 이방인으로 이들을 위치시켜 박탈감과 무력감을 안겨준다. 인 도네시아의 신수도 개발을 앞두고 원주민 관련 다양한 문제와 우려가 제 시되는 현 지점에서 『버따위 연대기』에 그려진 장소성, 사람과 장소와의 관계 맺음, 그리고 장소의 변형으로 인한 장소 상실 문제가 신수도 누산 따라에서 전개될 수 있는 원주민의 뿌리 뽑힌 삶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