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목적은 빌 비올라의 작품에 나타난 시간성의 의미를 후설의 시간이론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비올라의 작품이 유발하는 시간경험의 세 가지 키워드를 느려짐, 지연, 예감으로 제시한 뒤, 나는 비올라의 <새천년의 다섯 천사>를 분석했다. 이 작품에서 ‘천사’는 예기치 않은 순간 에 나타나 금방 사라질 뿐 아니라, 시야에 들어와 있는 동안에도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개체성을 가진 시간대상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시간대상의 구성이 계속 지연되는 가운데 생생한 현존의 감각이 발생하는 이 현상은 후설의 ‘예지’ 개념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곧 올 것에 대한 지각’의 의미를 갖는 예지는 근원현전, 파지와 함께 시간의 원초적 형식을 구성한다. <새천년의 다섯 천사>에서 예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천사의 출현에 대한 예감이 작품 감상 시간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새천년의 다섯 천사>는 ‘비대상적 시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미래의 시점에서 계속 견인하는 ‘선(先)대상적 시간’을 보여준다. 선대상적 시간은 대상적 시간(일상적 시간)의 논리적, 발생적 근원이므로, 이 작품의 시간은 ‘근원적 시간’ 으로 명명될 수 있다.
본 연구는 2009년 USC 게임개발연구소(Game Innovation Lab)와의 협업을 통하여 플레이스테이션 2 게임패드와 함께 3D 1인칭 게임으로 선보인 빌 비올라의 <밤의 여행>을 인간의 존재론적 깨달음을 향한 수행 텍스트로 상론한다. 이를 위하여 작가가 기존 매체와의 지속적인 변증법적 관계에서 자신의 예술적 내러티브를 가상공간으로 연장하여 구축한 실시간 ‘탐사 가능한 비디오 아트’를 원형적 공간과 지각적 시간, 반성적 수행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비올라의 <밤의 여행>을 주체에게 로고스의 빛으로부터 해방된 무의식의 어둠 가운데 자기 자신의 지각을 수행하는 작품으로 조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