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부대행사로 열린 《세계현대미술제》를 중심으로 한국미술의 세계화와 코스모폴리타니즘의 맥락을 살펴본다. 1980년대 국제전시의 확산과 함께 대두된 《세계현대미술제》는 냉전시대의 이념갈등에도 불구하고 문화 교류와 소통의 공간 창출을 목표로 했으나 한국 미술계의 이념적 차이가 노출되면서 여러 진영간 대립의 궁극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갈등은 한국이라는 특수한 지형에서 ‘세계’를 인지하고 ‘세계 문화’ 속으로 편입되는 과정이 서구의 ‘세계화’와 코스모폴리타니즘의 전개과정과 다르게 1945년 이전 식민지 시대의 불편한 과거, 역사적 트라우마와의 타협과 화해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으며, 개인적, 집단적인 차원에서 내부/외부, 피식민지/식민주의, 지역성/세계성, 추상/구상, 전통/현대 등 20세기 구축된 여러 대립구도가 작용했기 때문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