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이상은 초현실주의적 작품 경향을 보이는 난해한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 <날 개>의 ‘나’는 ‘아내’에게 생계를 의존하면서도 아내의 직업과 화폐에 기반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 해 모른 채 살아간다. 아내의 내객이 아내에게 돈을 주고 가는 행위를 궁금해하던 ‘나’는 아내의 외 출을 틈타 경성의 밤거리를 돌아다닌다. 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아내에게 주면서 손님들이 아내에게 돈을 주고 가는 쾌감을 깨닫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다섯 차례에 걸친 ‘나’의 외출과 귀가가 지니는 의미를 밝히고자 하였다. ‘나’는 외출을 거듭할수록 자본주의가 진행된 도시의 문명과 화폐 경제 체제에 대해 이해할 뿐 아니라 아내의 직업 이 무엇인지 알아가게 된다. ‘나’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아내 방의 윗방에 기거하지만 이내 자본주 의 체제의 성의 상품화 문제를 인식한다는 점에서 전근대의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날개>는 ‘나’의 외출과 귀가 모티프의 반복을 통해 식민지 체제와 함께 이식된 서구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깨닫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