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온대 상록활엽수림의 식생천이계열을 논의하기 위해 극상림이라 알려진 육박나무군락이 생육하는 한국 3곳(비진도, 애도, 보길도)과 일본 1곳(다치바나산)을 조사 및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관련문헌을 검토해 상록활엽수림의 분포특성, 식생천이계열 및 극상수종을 고찰했다. 다치바나산과 애도는 육박나무군락이 가장 발달한 식생구조를 보였지만, 토양분석 및 CCA분석에서 육박나무군락을 난온대 천이극상단계의 조건으로 판단하기엔 부족함이 보였다. 한국과 일본에서 육박나무군락은 드물게 분포하는 반면, 동아시아 난온대 지역에 보편적인 식생유형은 후박나무류, 잣밤나무류, 가시나무류였다. 한국 난온대 지역의 식생천이계열은 곰솔·소나무·졸참나무 등(초기단계)→후박나무·생달나무·참식나무·육박나무 등(중간단계)→구실잣밤나무·붉가시나무·참가시나무 등(극상단계)의 순으로 2차천이가 진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단, 조풍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입지조건이나 잣밤나무류·가시나무류의 종자공급이 어려운 곳에서는 후박나무류 유형이 토지극상일 것이다.
녹나무과(Lauraceae) 육박나무(Actinodaphne lancifolia)는 상록활엽교목으로 일본, 중국 등에 자라며, 우리나라는 난온대 기후대의 남부 도서지역에서 분포하는 내한성이 약한 난대성 수종이다. 우리나라 난온대 상록활엽수림 천이계열 연구(Oh, 1995; Oh and Kim, 1996)에서 이 수종은 극음수로서 극상단계에 출현하는 극상수종으로 지목했으며 완도군 주도, 소안도, 고흥군 애도 등에 군락으로 극히 협소하게 분포했다. 이는 과거 벌목 등의 상록활엽수림의 지속적인 훼손으로 인해 식생발달이 퇴행되어 대규모 군락을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일본은 해발 1천이하의 큐슈(九州)지방을 중심으로 간토(關東)까지가 상록활엽수림대로서 그 면적은 국토의 40%에 해당된다(Fuziwara, 1981). 일본의 상록활엽수림은 과거부터 인위적인 영향으로 양적, 질적으로 다양한 대상식생이 분포하며, 인간의 접근이 힘든 입지에는 원시림에 가까운 자연식생이 보전되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난온대 기후대 극상림으로 추정되는 육박나무군락과 일본 큐슈지역에 천연기념물로서 보존이 양호한 육박나무군락의 식생구조를 비교함으로서 그 나라별 식생과 입지환경의 특성을 밝히고자 했다.
연구대상지는 기존 문헌을 통해 육박나무군락이 비교적 양호하게 분포하는 한국 통영시 비진도, 고흥군 애도, 완도군 보길도가 선정되었다. 일본의 경우에는 후쿠오카시(福岡市)의 타치바나산(立花山)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녹나무원시림 일대의 육박나무 자생지를 조사지로 선정했다. 각지점별 10m×10m(100㎡) 크기의 방형구 5개소, 총 20개 조사구를 설치하여 식생구조 조사를 실시하였다. 해발고도, 사면향, 경사도 등 일반환경 조사와 더불어 토양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토양을 채취하여 이화학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이 조사데이터를 토대로 상대우점치, 군락분석(TWINSPAN), 서열분석(CCA) 등의 식생구조분석을 실시했다.
난온대 상록활엽수림 분포는 최한월최저기온, 겨울철강수량, 여름철평균기온, 여름철강수량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Nakao et al., 2014). 이를 토대로 각 연구대상지의 30년(1981~2010)간 기후데이터를 수집하여 연평균온도와 월평균강수량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 비진도의 연평균온도는 14.4℃ 월평균강수량은 119mm이었으며, 애도는 13.6℃, 121mm, 보길도는 14.1℃, 128mm로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일본 타치바나산(立花山)의 경우 연평균온도 17.0℃와 월평균강우량 134mm로 한국의 3지역에 비해 높고 특히 겨울철강우량이 많았다.
육박나무군락의 식생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식생조사데이터를 분석(TWINSPAN)한 결과, 6개 식물군락으로 유형화되었는데 지역적 경향이 뚜렷하였다. 군락Ⅰ(곰솔-상록활엽수군락)은 비진도지역에서만 출현한 군락이었다. 교목층에서 난온대 퇴행천이된 식생에 우점하는 곰솔의 상대우점치(I.P.)가 41.8%로 가장 우점했으며, 아교목층과 관목층에서는 다양한 상록활엽수가 출현했다. 이 군락에서는 육박나무의 상대우점치는 교목층 12.1% 아교목층 19.2%로 높지 않았다. 군락Ⅱ(육박나무-다정큼나무군락)은 보길도지역에서 출현한 군락으로서 육박나무가 교목층(I.P. 34.5%), 아교목층(14.0%), 관목층(24.4%)에 골고루 출현해 했다. 육박나무가 소·중경목(흉고직경 2~27cm)으로 교목·아교목층에 출현했지만, 대부분의 개체는 관목층에 치수로서 분포했다. 이 군락은 교목성 극음수인 육박나무의 세력이 확장되어 육박나무군락으로 성숙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군락Ⅲ(육박나무-참식나무군락)은 비진도지역에서 출현한 군락이었다. 육박나무가 교목층에서 우점(I.P. 39.9%)했지만 군락 Ⅰ과 비슷하게 곰솔의 상대우점치(I.P. 20.9%)가 높았다. 아교목·관목층에서는 곰솔이 출현하지 않았으며 광나무, 참식나무 등 상록활엽수의 상대우점치가 높았다. 즉, 곰솔의 우점도가 점점 감소하며 상록활엽수림으로의 천이가 예상되는 군락이었다. 군락Ⅳ(육박나무-생달나무군락)은 일본 타치바나산(立花山)에 출현하는 군락으로 육박나무가 교목층에서 우점(I.P. 67.7%)했으며, 생달나무(I.P. 21.15%)가 함께 출현했으며, 타 지역과는 달리 녹나무(I.P. 21.1)가 교목층에서 출현하였다. 이 군락은 교목층에 주로 대경목(흉고직경 32~52cm)이 분포해 다른 군락에 비해 성숙한 육박나무군락을 나타냈다. 군락Ⅴ(육박나무-푸조나무군락)은 애도지역에서 출현했으며 교목층에서 육박나무(I.P. 54.6%)는 푸조나무(I.P. 38.8%)와 함께 우점했다. 마지막 군락Ⅵ(푸조나무-종가시나무군락)은 애도에서 나타난 군락으로서 교목층에서 육박나무가 출현하지 않았다. 아교 목층에서 육박나무가 소경목(흉고직경 4~12cm)의 형태로 다른 상록활엽수와 함께 나타났다.
육박나무군락과 환경요인과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CCA분석을 실시했는데 1축과 2축을 중심으로 지역적 경향을 뚜렷했으며 1축과 2축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해발고도, 사면향, 토양 내 Na⁺ 함량, 평균기온, 최한월평균기온, 연간 평균강수량 등이었다. 특히, 일본 타치바나산(立花山)의 육박나무군락은 한국 육박나무군락보다 해발고도, 평균기온, 최한월평균기온, 연간평균강수량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국 육박나무군락은 유기물함량, 칼슘, 인산등의 토양 이화학성에 일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후쿠오카시의 타치바나산(立花山)은 바닷가에서 약 4km정도 떨어져 있는 산지로서 1928년에 녹나무원시림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과거부터 보존된 지역이었다. 이 인근에 위치한 육박나무군락은 상당히 성숙한 식생구조를 보여 과거에 인위적 교란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군락에 비해 한국의 육박나무군락은 섬지역에 과거 식생훼손으로 식생이 발달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육박나무군락은 이화학적 토양환경보다 기후조건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육박나무는 난온대성 수종으로서 온화하고 강수량이 많은 환경조건에 생육이 양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육박나무군락은 우리나라 난온대 상록활엽수림대의 극상림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일본 상록활엽수림대에서 육박나무군락이 출현하는 곳은 한정적이며, 대규모 군락을 형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Fuziwara, 1981). 본 연구에서 이것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