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존 밀턴의 실낙원에 담긴 서사시의 전통을 영웅적 줄거리와 영웅적 자질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지를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호머의 그리스 영웅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는 신의 계보를 가진 용맹한 군인이자 존경할 만한 지도자로서, 과오에도 불구하고 힘과 충성심으로 칭송을 받는다. 버질의 로마 영웅 아이네아스는 강력한 지도자이자 영광스러운 전사로, 신들의 명령을 이행하여 용맹한 나라의 토대를 구축한다. 비록 이니아스가 디도를 절망에 빠뜨린 채 떠나도, 그는 잊을 수 없는 의무에 대한 헌신으로 여전히 존경을 받는다. 밀턴의 실낙원에 나타난 영국 서사시의 영웅적 자질은 그리스-로마 서사시의 영웅적 자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저항이 아닌 복종, 자만이 아닌 겸손, 영웅적 죽음 이후의 영광스러운 부활을 통해 실낙원은 기독교적 영웅의 자질을 드러낸다. 사탄은 그리스-로마의 영웅을 답습하는 거짓 영웅이지만, 하나님은 예지하지만 허락하고 배신에도 불구하고 희생하며, 부활하여 구원함으로써 진정한 영웅으로 부상한다. 이러한 새로운 영웅적 자질로 인해 실낙원은 왕정복고 시기의 사회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영국의 기독교 서사시라는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