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은 150여년간 민족정체성을 잃지 않은 재외동포이다. 그들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디아스포라가 되었다는 점에서 독특한 이주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중앙아 시아, 연해주, 한국 등 각 지역에서 디아스포라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재외동포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들을 한민족의 테두리 안에 포용하는 일이 시급하고 중요 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150년이 넘는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디아스포라로서의 삶을 통시적으로 살펴보면서 그들이 민족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인지 고찰한다. 특히, 가족과 결혼문화 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강제이주와 정착, 그리고 현지 적응 과정에서 가족의 해체와 재결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세대별 결혼관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살펴본다. 이는 중앙아시아 고려인 들의 민족정체성 유지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은 민족의 생물학적 DNA를 전승하는 데 가장 중요한 매개이다. 어떤 민족이든 결혼을 통해 혈통의 재생산과 민족적 정체 성을 유지해 간다. 따라서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삶을 세대별 결혼관을 통해 살펴보는 것은 그들의 민족정체성의 단면을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