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주자 사상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면서 『주자어류』에 대한 연구도 활발 해진다. 그리고 제왕학의 일환으로 시행되던 경연에서도 보다 많은 주자 관련 서 적이 강독된다. 영조 때에는 『주자어류』 또한 경연의 소대 교재로 채택되어 영조 16년(1740) 10월 12일부터 다음해 3월 14일까지 약 5개월 사이에 열린 24차례의 召對에서 강독되었다. 그런데 『주자어류』는 주자생전에 주자가 제자들과 가졌던 문답 형식의 대화 즉 ‘語錄’을 수록한 책이다. 주자의 제자들이 『주자어류』를 편찬했던 것은, 당시 주자 와 제자 사이의 대화 현장을 보다 생동감 있게 재현시켜 후대 사람들에게 주자의 사상을 좀 더 쉽게 이해시키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언어적 환경의 차이 때문에 조선의 지식인들에게는 『주자어류』의 글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140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주자어류』 속에서 주자의 핵심 사상을 파악하기 또한 쉽지 않았다. 따라서 『주자어류』의 난해한 단어나 문장의 뜻풀이 작업과 함께 『주자어류』 속에서 주자 사상의 핵심적인 내용만을 선별하여 읽으려는 抄節 작업 등도 성행하게 된다. 이러한 학술적 분위기 속에서 영조 때 경연의 소대에서 강독된 『주자어류』 또한 일부 내용만을 초출한 『朱子語類抄』가 교재로 사용되었다. 이때 교재로 사용된 『주자어류초』는 현행본 『주자어류』권93-137 중에서 제왕학과 관련된 내용 21권을 선별하여 11책으로 재편하여 간행한 것이다. 그리고 경연 강독을 위해 이 『주자어류 초』에 구결을 달았다. 현존하는 규장각본 『주자어류초』(11책21권본)는 바로 영조 때 소대 교재로 사용되었던 판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