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혼돈과 비극적 행위로 정신이 분열되어가는 라스콜리니코프의 영혼은 여러 층리로 분리되어 있다. 극심한 내적 분열을 겪어가는 젊은 영혼의 내면 풍경에서 가장 두드러진 명제는 허무주의와 초인사상 그리고 정교사상이다. 그 런데 이 세개의 명제들이 명료한 개념으로 형상화되고 있지 않은 채,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충돌하는 내용으로 보이는 것은, 도스토옙스키가 이들의 의미를 중첩구조로 서술하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품 속 부활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중첩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의 분열된 영혼이 부활로 가는 과정에서, 이 명제들이 서로 상관적으로 작동하여, 부활의 비종결적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냐의 고통 감내를 통한 정교사상의 실천적 행위에 힘입어, 라스콜리니코프는 스스로 내면적 인식전환을 이뤄가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마침내 그는 부조리한 존재상황에 갇혀 있던 자신을 확인하고, 내면의 성찰과 깨달음을 거치자, 비로소 자신의 영혼이 자유롭게 비상하며 부활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