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외 제3자에 대한 감정인의 책임이 문제된 사안에서 연방최고법원은 제3자보호효 있는 계약이라는 법형상을 원용하였다. 하지만 감정위탁인과 그 제3자의 이익 간에 역방향성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제3자보호효를 근거지우는 계약당사자들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동 법형상은 이 문제상황을 해결하기에 적합한 법형상이 아니다. 한편 체약상 과실에 기한 제3자의 신뢰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다. 하지만 확정적으로 계약당사자가 되지 않을 자에 대해서까지 체약상 과실책임의 주체를 확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신뢰"라고 하는 모든 책임상황에 편재하는 요소가 특히 이 책임을 근거지우는 데 원용되는 것도 적절치 않다. 다양한 무계약적 급부관계가 혼재하는 현대적 협업형태의 한 유형으로 이 사례를 이해할 때, 법의 발전적 형성(Rechtsfortbildung)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 절대권적 지위가 침해된 경우가 아닌 일차적 재산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은 제한적으로만 인정되는데, 그 취지는 배상청구권의 인정범위가 무한히 확대됨으로써 결국 사회구성원들의 행동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약받는 것을 저지하는 데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책임법질서 내에서 상충되는 두 기본가치는 현상의 보호 그리고 행동자유의 보장이다. 전체계획에 따라 조직화된 급부결합관계의 틀 내에서, 그 개별화 기능으로 인하여 배상청구권자 범위의 무제한적 확대가 저지될 수 있다면 일차적 재산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긍정한다 할지라도 행동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는 없다같은 기준에 따라 급부결합관계를 차별화함으로써, 손해배상청구권이 긍정되는 경우와 부정되는 경우를 구분하는 기준이 설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