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교육과정이 고시된 지 10년이 지났다. 물리적, 양적 측면에서의 큰 변화와는 달리 정신적, 질적 측면에서의 답보가 특징이었던 권위주의 정권 시대의 교육과정 개정 주기를 고려할 때, 그 개정 시기가 지나치게 늦어진 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권위적, 획일적 교육과정 개정을 피하고, 사회 각 구성원의 목소리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섬세하게 수렴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때 도리어 이런 늦은 개정은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어찌되었든 10년이면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의 폭이 작을 수 없다. 그 동안 국어 교육 학문 공동체는 여러 연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축적하였고, 현장 교사 및 연구자 등을 중심으로 제기된 제7차 국어과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목소리 또한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또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착에 따른 담론장의 확대, 다매체․다문화 등의 언어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어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은 이와 같은 다양한 요구와 비판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반영하고자 하였다. 국어과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중요하게 고려한 비판의 목소리, 개선의 목소리는 1)수준별 교육과정 개념의 모호성과 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부족, 2)국어과 교육과정 영역 구분의 논리성, 체계성, 포괄성, 입체성의 부족, 3)국어과 교육 내용의 타당성, 연계성, 적정성 부족, 4)통합성, 실제성을 잃은 분절적, 단편적인 국어교육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러한 비판과 요구를 체계적으로 반영하고자 2004~2006년도에 걸쳐 연차적으로 ‘국어과 교육과정 개정시안 개발’ 관련 연구를 수행하여 왔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교육과정의 구현 주체인 교사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하여 반영하였다는 점이다. 교육과정은 전문가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교육과정이 학문적으로, 이론적으로 타당성과 적합성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학교 단위에서의 적합성, 적용 가능성을 지니지 못하면 교육과정의 정신 및 내용의 구현은 불가능하다. 교육과정 해석 및 실행 주체인 학교 교사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반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은 이론과 실천, 보편성과 구체성, 전문가의 목소리와 현장의 목소리가 행복하게 만남으로써 구체적 보편성을 확보한 교육과정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