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1605-06)에 드러난 스코틀랜드의 토속 원시 신앙, 즉 하일랜드 샤머니즘의 그림자를 추적하려는 종교민속학적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맥베스』의 주조를 이루는 기후, 나무, 새에 대한 모티프는 켈트 신 앙의 뿌리 깊은 핵심 요소들이다. 천둥, 번개, 비를 동반하여 등장하는 세 마녀, 나뭇가지를 들고 버넘 숲에 대한 예언을 하는 유령, 새가 날아다니는 패턴을 보 고 신탁을 읽어내는 새 점성술사인 어거(augur)의 흔적을 지닌 레이디 맥베스를 비롯하여 작품 전체에 스며있는 불길한 징조로서의 새의 이미지는 고대 켈트 사제인 드루이드(Druids)의 모습을 파편화해놓은 것이다. 왕의 장자인 말콤이 잉글랜드에서 병사를 일으켜 버넘 숲 나뭇가지로 위장한 군대로서 맥베스를 처 단하는 대결말은, 로마군이 처음 스코틀랜드에 진출하여 성스러운 나무들을 잘 라버리고 드루이드 계급을 처단했던 역사의 순간과 중첩된다. 이는 숲과 나무에 서 신탁을 받는 고대 켈트 오크 ‘신화’를 처절히 해체시켜버리고 기독교가 세력 을 쥐는 양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켈트 신앙의 핵심적인 스토리텔링 코드들을 활용하여 고대 자연숭배가 기독교라는 새로운 계시종교와 갈등을 빚다가 패권을 빼앗기는 과도기의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