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차이니즈 디아스포라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인 「조이 럭 클럽」(1993)과 「크 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두 영화가 동양을 각각 재현하는 방식과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밝히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조이 럭 클럽」속에 드러난 세대갈등과 정체성 갈등은 문명-미개화, 부유-빈곤이라는 이분법적 대립구조 에 입각해 묘사되고 있고 그 속에서 이민 2세대가 미국 사회에 적응하려는 욕망을 포착할 수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그러한 이분법의 틀을 넘어 ‘리치’와 ‘크 레이지’로 동양의 성격을 표현하고 오리엔탈리즘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영화로, 중 국계 싱가포르인을 차이니즈로 혼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정체성의 갈등에서 벗어나 확고한 미국적 정체성을 가진 차이니즈 디아스포라를 보여준다. 두 편의 영화가 동 양을 재현하는 상이한 방식은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의 서로 다른 변주이며, 차이니즈 디아스포라가 미국 사회에 동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관련된 것이다.
화교(华侨)·화인(华人)으로 불리는 중국계 이주민의 일본 유입은 19세기 중반부터 본격화 되었으며, 2007년 이후 이미 일본의 최대 이주민 집단으로 성장하였다. 일본의 수도이자 정치·경제·문화 중심지 도쿄는 일본 국내에서도 가장 많은 화교·화인이 밀집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 연구는 도쿄 화교·화인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여 현지조사 및 심층면접을 중심으로 그들의 현지적응 실태 및 민족공동체 구축 현황을 세부적으로 검토하였다. 연구결과 첫째, 도쿄는 신화교를 중심으로 한 중국계 이주민의 최대 밀집거주지역으로 성장하였으며, 이러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둘째, 1980년대 이후 대규모 신화교가 도쿄로 유입됨에 따라 이케부쿠로에는 300여 개에 달하는 화교·화인 가게가 운영되는 등 뉴차이나타운이 조성되고 있다. 셋째, 도쿄 화교·화인은 화교학교, 화교단체, 화교미디어를 기반으로 그들만의 민족공동체를 구축하고 있다. 그들은 도쿄중화학교를 통해 민족언어를 유지하고 전통문화를 전승하며, 화교단체를 설립해 친목을 도모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또한 화교미디어를 통해 현지 적응을 촉진하는 동시에 화교·화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연구는 100여 년 전에 일본으로 유입되어 정착하고 있는 화교·화인의 민족정체성을 분 석하기 위해 요코하마와 고베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연 구결과 화교·화인은 능통하게 중국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중국어를 빈도 높 게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춘절, 중추절 등 전통명절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민족공동체 에 강한 소속감을 표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 화교·화인은 현지사회에 완전히 동화된 것 이 아니라, 그들만의 민족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화교·화인의 이러한 민족정체성은 민족공 동체 내부의 노력과 의지에 의해 조성되었다. 그들은 화교학교를 설립해 민족교육을 강화하 였으며, 차이나타운에서 축제문화를 형성함으로써 민족정체성을 고양시켰다. 또한 화교협회를 비롯한 단체를 운영함으로써 정보를 공유하고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렇듯 화교·화인은 민 족교육, 문화축제, 화교단체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민족공동체를 형성하고, 정체성을 확립시키 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