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아내의 무례함을 싫어하여 내쫒았다(孟子出妻)’는 이야기는 긴 역사를 통해 호사가 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列女傳』, 『韓詩外傳』, 『荀子』 등 여러 문헌들 속에서는 이 고증하기 어려운 에피소드를 자신들의 논지를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전고로서 소비해왔다. 궈모뤄(郭沫若)는 역사소설 속에서 다시 이 이야기를 수양에 방해가 되는 아내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한 맹자의 모습으로, 그리고 그 인간적인 고뇌를 알아챈 아내가 스스로 집을 나간 것으로 재구성하였다. 그 과정에서 맹자의 고뇌, 남편에 대한 아내의 존경과 간절함, 그리고 성현이 되고자 하는 남편의 정진을 위해 선택한 희생 등 복합적인 심리들을 담아내면서 기존의 인식들을 비틀어놓았다. 亞聖으로서의 정형화된 형상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가려졌을 법한 맹자의 인간적인 모습은 궈모뤄의 서사를 통해 새롭게 다가온다. 본 논문에서 살펴본 맹자에 대한 이야기는 팩션 장르를 통해 이루어지는 고전에 대한 파격적 이해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으며, 역사적 사실과 그 해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얼마나 다양하고 유연한 이야기를 생산할 수 있는지를 시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