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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0 구독 인증기관 무료, 개인회원 유료
        동아시아 각국이 자신의 문자 체계를 확보하지 못했던 시절, 漢字는 ‘팍스 차이나’ 즉 중국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문화제국을 성립을 가능케 한 도구였다. 그러나 오늘날 한자문화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20세기를 전후한 漢族의 해외 이주, 중화권의 정치‧경제적 위상 제고와 이에 따른 중국어 학습 수요 증대 등에 힘입어 非漢字文化圈 국가로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전통적 한자문화권 인 동아시아에서는 오히려 그 위상이 점차 약화되어가는 추세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진단만으로는 한자문화권의 특성과 실상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다. 한자문화는 ‘미국문화’, ‘불교문화’, ‘음식문화’처럼 지역이나 종교 또는 생활의 총합으로 구축된 문화와는 달리 문자의 하나인 한자를 표기수단으로 하거나 한자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문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한자문화권의 실체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는 물론이요 한자를 매개로 형성된 문화에 대해서도 더 깊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방향은 과거의 흔적을 탐색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며 각국의 특수한 정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인류 문명사에서 한자문화권이 담당해야 할 역할에 대한 전망까지 담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최근 한자에 대한 비한자문화권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지만 대부분 외국어로서의 언어 습득을 목적으로 한 것일 뿐이다. 읽기와 말하기 능력에 비해 쓰기 능력이 극도로 취약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비한자문화권 학습자들이 한자의 특수한 성격과 이로 말미암아 파생된 다양 한 문화적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무척 難望한 일이다. 외국어로서의 한어교육이 활발해질수록 전통적 한자교육은 활기를 잃게 되고, 결국 한자문화권의 결속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 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한자문화권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중화권 국가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보통 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말할 줄은 알지만 쓸 줄은 모르는 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한자문화의 근저에 놓인 고전에 대한 관심 역시 갈수록 적어지는 추세다. 簡化字와 拼音의 보급으로 의사소통기능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지만 한자 자체에 내포된 문화적 코드는 상대적으로 약화 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오늘날의 한자문화권은 과거에 비해 범위는 넓어졌지만 깊이는 얕아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이러한 상황인식에 근거하여 한자문화의 긍정적 가치를 지키고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신한자문화권을 구축하기 위한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중국어교육에서 古典敎育의 강화. 어휘 차원의 학습만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문화적 함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고전 자료를 활용한 교학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국어교육과 고전(한문)교육의 병행. 주로 구어 중심으로 구성된 현대 중국어교육과 별개로 古典文言文을 따로 학습하도록 한다. 이는 높은 단계의 중국어 학습자들이 흔히 겪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한자교육에서의 문화적 요소 연구개발 및 활용. 한자에 내포된 문화적 코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실제 교육에 활용하도록 한다. 넷째, 문화적 환경에 따라 달리 사용되는 한자와 어휘에 관한 연구. 한자문화권 각국에서 출현한 한자와 어휘는 각각의 생활환경과 정신사유를 반영하고 있으므로, 이에 담긴 의미를 깊이 있게 연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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