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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9 KCI 등재 서비스 종료(열람 제한)
        이 글은 덕천서원의 공간과 명칭에 담긴 의미를 심도 있게 고찰한 것이다. 서원의 공간구성과 공간명칭에는 그 서원에 제향 되고 있는 선현의 학문과 사상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덕천서원의 경우 남 명사상이 공간과 명칭에 깊이 투영되어 있다. 덕천서원의 공간구성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 동재·서재의 앞 에 方塘을 만들고, 그 연못에 연꽃과 소나무 한 그루씩 심어놓은 것이 다. 방당을 만든 것은 주자의 「觀書有感」에서 취한 것으로, 天人合一을 지향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또 方塘에 소나무를 심은 것은 소나무와 같이 변치 않는 남명의 志節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방당에 연꽃을 심은 것은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언제나 淸香을 잃지 않는 연꽃에서 적극적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하면서도 지조를 잃지 않은 柳下 惠의 모습을 발견한 남명의 현실주의 세계관을 드러낸 것이다. 이를 통해 볼 때, 방당은 종합적으로 남명의 出處大節과 隱逸이 아닌 處士로 서의 정신지향을 공간에 구현해 놓은 것이다. 공간명칭을 살펴보면, 堂名을 敬義堂이라 하고, 동재·서재의 명칭을 사액이 되고 난 뒤 進德齋·修業齋로 바꾸었는데, 이 속에도 각별한 의미 가 담겨 있다. 남명선생편년에 ‘남명의 학문은 주역 坤卦 六二爻와 乾卦 九三爻에서 터득한 것이 있었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곤괘의 ‘敬 以直內 義以方外’와 건괘의 ‘君子 進德修業 忠信 所以進德也 修辭立其 誠 所以居業也’를 가리킨다. 이를 보면 남명은 敬·義와 忠信·修辭를 공 부의 두 축으로 중시한 것을 알 수 있다. 덕천서원 경의당과 진덕재·수 업재에는 심성수양의 실천을 강조한 남명학의 핵심을 모두 갖추어 놓 았다. 문루의 명칭이 幽貞門에서 왜 時靜門으로 바뀌었는지, 그 의미는 무 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전하는 설이 없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남 명사상이 투영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鷄伏堂·雷龍亭 등의 명칭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남명은 평상시 淵黙 같은 主靜工夫를 위주로 하였으 니, 時靜의 의미는 그때그때 수시로 主靜의 涵養을 추구하고자 한 남명 의 학문정신을 덕천서원 전체를 포괄하는 문의 이름에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幽貞의 의미가 현실을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현실을 등지지 않은 남명의 정신을 투영하여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