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중, 인도주의, 박애 정신 등의 용어들은 우리가 너무나 흔하게 듣는 단어들이다. 풍자개의 그림이 놀라운 것은 이런 주제를 그림에 나타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사나 흔히 보이는 주위의 사물을 통하여 보통사람은 생각지도 못하는 놀랍고 새로운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무심코하는 일상 행동에 살생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간들은 잘 모른다. 무생물들의 표정, 나비 무덤이나 기러기 무덤을 만드는 행위, 벌레 한 마리가 구두 밑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는 순간, 사람이 따려는 순간 눈물을 흘리는 과일, 똑같은 높이로 나뭇가지를 치는 행위 등등... 풍자개의 그림을 보면 동물은 물론 식물의 생명도 존중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살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스님들처럼 채식을 한다하더라도 식물도 생명체다. 그렇다면 풍자개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그가 주장하는 것은 다른 생물의 희생을 최소화시키고, 쓸데없는 과잉 살생은 막자는 것이다. 인간의 유희를 위해, 미식을 위해, 탐욕을 위한 살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인간중심의 세계관 속에서 다른 생물에 대한 배려가 거의 전무하다면 이 지구의 생태계자체도 파괴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인간 자신에게 거대한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풍자개의 그림은 불살생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현재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환경파괴, 생태계의 위기와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풍자개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언어의 교묘한 사용, 그림의 다양한 내용과 다중적인 기법, 단순하고 신선한 충격, 글과 그림의 절묘한 조합 등을 사용한다. 풍자개는 언어를 구사하는 시인과 색채를 사용하는 화가의 재능과 자질로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들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