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현행 독송본 천수경(千手經)의 성립에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진 사명지례(四明知禮)의 대비참법(大悲懺法)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특히 『천수천안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이 천태지관(天台止觀)의 형식으로 해석되어 하나의 참법수행으로 정형화되는 과정을 통하여, 대비참법의 내용과 그 사상적 근거를 살펴보았다. 천태 지의는 초기교단에서부터 『청관음경』에 의거한 ‘청관음참법’을 제정하였고, 그것은 비행비좌삼매의 대표적 행법으로 행해져왔다. 그 전통을 계승하여 송대(宋代) 사명지례는 『천수안대비심주행법(千手眼大悲心呪行法)』을 저술하며, 『천수경』에 의거한 참법인 ‘대비참법’을 제정하였다. 그는 『천수경』 내용 중 ‘16원(願)’과 ‘다라니의 모습’에 주목하였다. ‘16발원’이 대비다라니를 지송(持誦)하기 전에 행하는 수행[因行]이라면, ‘다라니의 모습’은 대비다라니 수행의 결과[證果]에 해당한다. 지례는 그 중 10원(十願)과 뒤에 설해진 ‘다라니의 모습’이 각각 원돈지관의 행법인 ‘십승관법(十乘觀法)’에 그대로 배대됨을 보였다. 결국 대다라니 지송의 원인과 결과를 이루는 행법을 모두 십승관법인 원돈지관으로 해석하였다는 점이 지례의 천수경 행법이 갖는 특징이라고 하겠다. 기존에 대비다라니 주송(呪誦) 위주였던 천수경의 행법이, 지례의 대비참법에 의하여 수행자가 관음보살의 서원과 하나 되어 대비다라니의 참모습인 원융한 존재의 실상[諸法實相]을 깨닫는 삼매참법으로 재탄생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