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중국 도농관계의 문화적 구성에서 발견되는 양가성에 초점을 맞추어 개혁 개방 후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도농이원구조의 정치경제 적·문화적 원리를 조명하는 연구이다. 본고의 요점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개혁개방 후 발생한 도농관계의 급진적인 재구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도농이원구조 와 도농불평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둘째, 도농관계의 문화적 구성을 관통하는 양가성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도농관계 재현의 유연성이 중국의 도농이원구조를 재생산하는 문화적·이데올로기적 기제로 작용한다. 셋째, 도농관계의 문화적 구성 그리고 이와 연동되어 재생산되고 있는 도농이원구조가 중국에서 “항구적인 본원적 축 적”을 가능하게 하는 특정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이러한 중국 특색의 도 농이원구조가 해체되지 않는 한 농촌부문으로부터의 대규모 가치전유를 기반으로 한 시장사회주의 중국의 본원적 축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본고는 중국 도농관계의 역사적 변화궤적을 근대전환기, 중화민국시대, 마오쩌둥 치하 사회주의시대로 구분해서 추적함으로써 오늘날 중국 도농관계의 역사적 맥락을 조명하고자 하는 연구이다. 근대전환기는 전근대 중국의 도농관계를 특징지었던 사회문화적 연속체가 해체 되고 근대적 도농이분법과 도농불평등의 정치경제적 문화적 단초가 마련되는 시기였다. 중화 민국시대에는 중국경제가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 본격적으로 편입되고, 서구로부터 사회진화론의 개념적 프레임이 도입되면서 도농관계가 문화적으로 급격하게 재구성되는 시기였다. 이에 따라 중국의 도시는 진보의 상징이자 모더니티의 소재지로, 농촌은 봉건적 낙후성과 무지 몽매의 장으로 정의되고 재현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시대 중국의 도농관계는 표면적으로 양립 불가능할 것 같은 이념적 양가성을 통해 구성되었고, 이는 문화혁명기에 절정에 이른 상산하향운동을 통해 극적인 형태로 표현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조명한 중국 도농관계 변화의 역사적 궤적은 오늘날 중국 도농관계의 문화적 구성과 그것이 중국의 정치경제적 문화적 지형에서 갖는 중층적 함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적 발판을 제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