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魯迅, 1881-1936)과 량스추(梁實秋, 1903-1987)는 1920년대 말부터 1936년까지 번역에 관한 논전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두 사람은 우선 루쉰의 ‘억지번역’이라고도 일컬어지는 ‘경역(硬譯)’에 대해서 열띤 논의를 하다가 그 논쟁의 초점이 문학의 계급성 유무를 밝히는 것으로 옮겨갔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번역어로서 중국어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 한 바, 서구 언어의 문법으로 중국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각자가 주장하는 해 결방식은 전혀 달랐다. 루쉰은 평소 혁명가로서의 역할을 자임한 것처럼 중국어 역시 빠른 시일 내에 급진적인 방식으로 개혁하고 아울러 중국인의 사유방식까지도 개혁되기를 바랐다. 이에 반해 량스추는 자신의 인성론에서 강조한 바인 문학은 문학 자체로 기능해야지 어떠한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주장에 근거하여 번역 또한 번역 자체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 기능에 충실해 야지 다른 목적을 위해 그것이 변용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본고에서는 두 사람의 번역논쟁 을 통해 이와 같은 각각의 번역관이 어떤 방식으로 투영되어 있는지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