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위르겐 몰트만의 교회 이해와 선교 이해를 탐구한다. 몰트만에게 있어서 교회는 우선 삼위일체적 공동체이다. 몰트만은 기독교 고유의 하나님은 삼위일체적 하나님임을 강조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는 역동적 침투와 상호 내주를 의미하는 페리코 레시스의 관계성 속에 있는 공동체로 존재한다. 동등한 신적 삼위는 획일성이나 개인주의가 없는 페리코레시스적 공동체와 사귐을 형성한 다. 몰트만은 이것을 사회적 삼위일체라고 부른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또한 열린 공동체로 존재한다. 하나님은 자신의 삼위일체적 공동체를 열어 피조물들 속으로 들어가고 또한 피조물들이 삼위일체의 사귐과 삶에 참여하도록 초청한다. 몰트만은 이러한 삼위일체는 교회의 모델 또는 모형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몰트만은 위계 질서적이고 관료적인 교회 형태로부터 회중적이고 공동체적인 교회에 로의 교회 개혁을 강조한다. 그리고 교회는 사적인 공동체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개방하여 공적 영역으로 나아가야 함을 제안하다. 몰트만은 또한 교회를 메시아적 공동체로 해석한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이다. 교회는 무엇보다 종말론적 비전과 생명의 영이신 성령의 능력 안에서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모든 피조물들의 생명의 해방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동체이다.
이러한 교회론을 바탕으로 몰트만은 기독교 선교에 대한 그의 새로운 통찰을 발전시킨다. 그는 교회는 선교적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논한다. 그에게 있어서 선교는 기독교 제국의 팽창이나 기독교 교회의 확장이나 온 인류의 복음화이기 보다는 생명에로의 초대이다. 그는 또한 선교를 사람들과 사회와 모든 피조물들의 해방을 위한 사역으로 이해한다. 몰트만에게 있어서, 선교의 지평은 하나님의 나라의 관점에 서 계속 넓게 개방된다.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하나님이 모든 것 속의 모든 것이 되실 때 성취될 새 창조의 종말론적 완성이다. 그러므로 몰트만의 선교론은 에큐메니칼적이고 총체적인 특징을 가진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론과 부산에서 열린 제10차 WCC 총회가 발표한 새로운 선교 비전 선언문과 상응하면서, 몰트만은 위기 가운데 있는 현대 교회들의 미래를 위한 새롭고 적합한 선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17~18세기에 독일어권을 중심으로 일어난 경건주의는 경건한 삶과 ‘거룩함’을 강조함으로써 ‘경건의 방향전환’(Frömmigkeitswende)을 시도한 운동이었다. 경건의 방향을 교리보다는 개인의 내면적 삶에 둔 경건주의자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경건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다만 거 룩한 삶의 윤리적 완전성(Vollkommenheit)을 지향한 사람들이었을까? 그 들은 이천년의 기독교 역사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도덕주의자 혹은 율법주 의자였을까? 오늘날 적지 않은 사람들은 경건주의를 율법주의적인 도덕주 의와 비슷하게 생각하곤 한다.
경건주의에 대한 이러한 오해는 경건주의자들이 구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경건주의자들은 루터처럼 오직 믿음에 의한 칭의만이 다른 모든 교리가 흘러나오는 근원이라고 말하면서도 소위 ‘거짓 믿음, 죽은 믿음’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였다. 더불어 생명력 있는 믿음 생활, 거룩한 경건 생활을 강조하면서 능동적 선행만이 오직 참된 믿음의 표지라고 이해하였고, 이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법정적 ‘칭의’ 보다는 ‘중생’(Wiedergeburt)을 더 즐겨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현대 신학자 중에서 이러한 경건주의의 중생 개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를 새롭게 해석한 사람이 위르겐 몰트만이다. 몰트만 신학에 대한 경건주의의 영향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몰트만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성령에 대한 신학적 전개를 함에 있어서 진젠도르프의 기독론으로 부터 중요한 통찰력을 얻었다. 그의 삼위일체론은 프리드리히 크리스토프 외팅어의 사상과 유사하다. 또한 몰트만은 종말론 신학을 전개함에 있어서 슈페너, 벵엘, 외팅어의 종말론적 견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새롭게 발전시켰다. 뿐만 아니라 칭의와 성화, 중생과 같은 구원론적 사상과 관련해서도 몰트만은 루터교 정통주의의 법정적 칭의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경건 주의적인 중생 개념으로 보충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몰트만의 구원론에 대한 경건주의의 영향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연구되지 않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슈페너와 몰트만의 중생 개념을 비교·분석하여 경건주의 적인 중생 이해를 몰트만이 어떻게 수용·변화시켰는지, 양자 사이에는 어 떤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본 논문은 이 과정을 통해 몰트만 신학에 대한 경건주의 영향사 연구에 중요한 학문적 자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경건주의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