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중국의 개혁 개방 30년 이래 혼인 영역이 중국 사회 변화의 거센 물결 속에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중국 대표 여성작가인 왕해림의 작품인 『신 결혼시대』를 통해 조명하고자 한다. 왕의 소설은 중국 도시의 두 세대간 3가지 특이한 혼인 유형 즉, 도시-농촌 커플, 연상녀-연하남 커플, 노교수-파출부 커플을 다루는 과정에서 개혁 개방 전후의 신구 가치관의 충돌이 혼인 영역에서 어떻게 비춰지는데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신구 가치관의 대립 및 중국 도시 혼인의 현황은 네 가지 측면에서 관찰된다. 우선, 혼인의 속성에 있어서 모택동 시대의 혁명적인 혼인관이 사라지고 개혁후 사회의 급속한 분화 및 이질성의 증가로 인해 양 결혼 당사자간 집안의 형편이 고려되어야 하는 전통적인 문당호대의 관념이 부활한다. 둘째, 배우자 선택 조건에 있어서 모택동 시대의 금욕주의가 부정되고 물질주의, 외모지상주의 등의 요구가 정당화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남재여모의 선택 모델이 주류 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셋째, 혼인ㆍ성ㆍ사랑 삼자의 관계에 있어서 과거 삼자 일심동체 관계는 개혁 이래 삼자 분리라는 전면적인 도전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혼인에서의 여성 이미지는 모택동 시대의 강하고 독립적인 철인여성상이 무너지고 부드러운 현모양처의 의존적인 여인상에 의해 대체되어 가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중국 도시의 혼인 문제는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였으나 왕의 작품은 바로 이러한 신구 관념의 충돌에서 방황하는 중국의 혼인관이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시도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