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T. S. 엘리엇의 시와 에세이 분석을 통해 그의 글이 담고 있는 반민족주의적 사상을 그가 꿈꾸던 유럽의 문화적 통합과 관련하여 연구한다. 이를 통해 그의 반민족주의는 일종의 확장된 민족주의이며, 그의 이러한 범민족주의는 민족주의의 원초적인 관점과 도구적 관점에 기반하였음을 밝힌다. 엘리엇은 제1차 세계 대전 후 유럽 국가들 간의 전쟁을 강하게 반대했고, 유럽은 평화를 위해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민족주의를 반대한 이유는 민족주의가 유럽의 문화 통일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지 민족주의 자체의 논리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따라서 유럽 문화 통일을 주장하는 엘리엇의 반민족주의가 민족주의의 기반 위에 세워졌다는 것은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그의 반민족주의는 민족주의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민족 구성원의 “의지”와 민족국가의 형성과 유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통”에 관한 개념을 민족주의와 공유하고 있다. 이는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남북통일을 생각함과 동시에 세계 평화를 위해 각 국의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인류는 언제나 과거를 통해 배우기에 한국에서 엘리엇 읽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