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처벌법은 형사실체법의 일종으로서 범죄와 그에 대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 즉 경범죄처벌법은 경범죄로 취급되는 일련의 행위를 규정하고, 그에 대한 형벌로서 본래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등의 형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경범죄처벌법 제3조). 경범죄처벌법이 경범죄행위에 대해 통고처분에 의한 범칙금 납부로 사안을 종결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행위의 불법성과 책임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점과 국민편의를 도모하는 차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통고처분에 대한 범칙금’ 납부는 -비록 명칭과 부과절차 등이 통상적인 공판절차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해당 처분의 근원은 형벌에 대한 규정이며, 통고처분의 대상이 된 행위 역시 경미‘범죄’이다. 시민의 소박한 관점에서 본다면 통고처분에 의해 범칙금을 납부한 자는 자신의 범칙행위에 대한 문제가 마무리된 것으로 신뢰하였을 것이다. 법치국가원리는 신뢰보호를 한 내용으로 하고, 일사부재리는 신뢰보호의 일종이다. 경범죄처벌법도 헌법상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동법 제8조 제3항 등에서 명시하여 재차 확인하고 있다. 경범죄처벌법은 통고처분에 의한 범칙금으로 규율해서는 안 되는 경우의 하나로 ‘피해자가 있는 행위’를 한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초동수사 미진 등으로 통고처분에 의해 사건을 마무리한 경우의 처리가 실제로 대법원판례에서 보는 것처럼 문제되고 있다. 생각건대 초동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은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를 애초에 면밀하게 조사하였어야 하고 경범죄처벌법 등 관련 법률을 적용함에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애초에 법률을 정확히 해석하여 적용하지 못한 경우에 그에 대한 책임을 시민에서 전가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책무와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통고처분에 의해 범칙금을 납부한 자에 대해서는 면소판결을 내리는 것이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법치국가원리에 부합하는 결론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