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청매인오(1548~1623)의 선사상의 특징과 그 시적 표현을 살펴보는데 있다. 청매선사는 청허 휴정의 걸출한 제자로 임진 왜란 때에는 의승장으로 출전하여 큰 공을 세웠으며, 그 후 지리산의 여러 수행처에서 ‘청매문파’를 열어 선풍을 크게 떨쳤다. 선교(禪敎)와 유교, 그리고 도교에도 해박한 학식을 지녔던 그는 청빈한 삶을 살았다. 특히, 그는 조사의 공안법문을 노래하고 성성적적한 수행과 깨달음을 노래한『청매집』을 남겼다. 여기에는 송고시 148편과 선심을 담아낸 163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러한 시편들은 마음이 모든 것의 근본임을 인식하고, 지관(止觀)수행을 통해 자성(自性)을 찾고자 한 청매선사의 올곧은 수행 삶의 흔적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청매선사의 출가와 구도, 깨달음과 자연 교감, 조사공안 법문과 수행자들에 대한 경책과 교화, 그리고 임진왜란과 관련한 시편들을 통해 그의 선심이 어떻게 시문학에 투영되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慧菴性觀(1920~2001)선사는 조계종의 제 10대 宗正이며 大禪師이다. 먼저 그의 경전인용의 특징을 살피면, 圭峰宗密(780~841)이나 永 明延壽(904~975)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종밀이나 연수는 모두 禪 敎兼修를 주장한 인물들로서 조선시대 이래 많은 승려들이 인용해왔다. 하지만 혜암선사는 종밀과 연수에 대해서 거의 인용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혜암이 頓悟頓修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또 혜암은 唐代의 선어록을 주로 인용하고 宋代선사들의 어록은 별로 인용하고 있지 않다. 특히 大慧宗杲(1089~1163)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은 다른 승려 들과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혜암이 唐代禪을 모범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혜암 선사상의 특징으로는 먼저 淨土往生을 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다. 조선시대의 승려들은 대부분 西方淨土를 인정하였고, 죽고나서 정 토에 왕생할 것을 희구하였다. 하지만 혜암은 오직 唯心淨土만을 주장 할 뿐이며, 靈駕法門에서도 정토왕생을 설한 적은 없었다. 이러한 점은 혜암이 선승의 본분에 충실했다는 증거이다. 또 혜암은 寤寐一如를 얻 은 뒤에야 비로소 究竟覺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오매일여의 개념은 楞嚴經과 깊은 관계에 있다. 楞嚴經은 고려시대 이후 많은 승려들이 영향을 받았는데 선승들이 능엄경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특히 해인사에서는 능엄경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불교학자 스즈키의 선사상은 예이츠의 삶과 철학뿐만 아니라 그 의 후기 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예이츠를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이원적 갈등, 즉 선의 ‘분별계교심’에서 벗어나 노후에 관조하는 자세로 심오한 동양 철학 사상이 담긴 시들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 “존재의 통일”(Unity of Being)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선사상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적지 않다. 이 논문에서는 스즈키와 예이츠의 만남, 선과 선불교의 특징 등을 먼저 살펴보고, 예이츠가 선사상에 가장 심취해 있었던 시기에 쓰인 자아와 영혼의 대화에 나타난 선사상을 스즈키의 선과 관련시켜 심도 있게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이 논문의 목적은 편양 언기(1581∼1644)의 선사상 특징과 그것이 구도와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 깨달음을 증득한 후의 보림(保任), 자연교감과 방외(方外)의 생활과 대중교화에 있어 어떻게 투영, 시적 형상화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언기는 교와 선을 별문(別門)으로 보지 않는 서산 휴정(西山休靜)의 사상을 계승하고 있다. 언기의 선사상의 핵심은, 선은 교외별전의 경절문이며, 선교일치의 사상을 보이면서 선을 교보다 우위에 둔 점, 깨달음에 이르는 문을 경절문, 원돈문, 염불문 등의 삼문으로 구분한 점, 그리고 그 삼문은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자성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궁극적인 경지는 같다는 것이다.
언기는 서산의 ‘4대 문파’ 가운데 최대 계파로 조선 후기 불교교단의 대중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는 자신의 득도와 참선 수행에만 전념하지 않고, 10여 년간 평양성 근처에서 양을 치고 걸인들을 보살피는 등 중생의 아픔을 함께 나눈 철저한 보살행을 실천했다. 그의 「편양당집」에 수록된 시들은 구도의 과정과 깨달음을 노래한 시, 산승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자연과의 감회를 읊은 시, 찾아오는 속인들을 향해 읊은 시, 도반의 선승들에게 준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이러한 시문은 치열한 구도와 깨달음을 향 한 수행과 대중교화에 진력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는 선심(禪心)의 시심화(詩心化)가 잘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