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의 죽음을 보는 시인의 자세가 잘 나타나 있는 시는 풍장 연작이 있다. 예이츠의 시 청금석 부조 (“Lapis Lazuli”)에는 무대 위 비극의 절정을 연기하는 배우의 영웅적인 과장된 연출을 지향한다면, 황동규는 죽음으로 달려가며 ‘시계’가 좁 아진 세계를 찾고자 한다. 인생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열정적으로 살아갈 것을 강조한 니체와 예이츠가 가깝고, 삶이라는 것 자체엔 아무 의미가 없으니 열정적으로 사는 것을 지양한 쇼펜하우어와 황동규가 가깝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