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법재판소(ECJ)가 2015년 10월 미국 -EU 간 세이프하버 제도를 무효라고 판결하였 다. 동 판결에 따라 이제 미국 기업들은 이용자들 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를 얻는 등의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U 회원국 국민의 개인정보를 미 국으로 이전하는데 왜 이러한 절차가 있는 것인 가? 그것은 EU와 미국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정보 국외 이전의 규제는 규제회피를 막는 기능을 한다. 아 울러 정보주체에게 국외이전에 따른 위험을 고지 하고 그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는 EU-미국 간으로 한정되는 논의가 아니다. 우 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국적 인터넷 기 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가 매일 마다 국외로 이전되고 있다. 우리나라 개인 정보 관련법들도 국외이전을 규제한다. 그러나 규정이 애매하여 해석상 논란을 일으키는 대목이 많 다. 우리법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책임을 정 보주체 개인에 지운다는 점이다. 어느 개인이 자 신의 개인정보가 이전되는 특정 국가의 규제 수준 을 알 수 있겠는가. 관계당국이 개인정보가 적절 히 보호되는 제3국을 조사하여 고시하고, 그러한 국가로의 이전은 통상의 제3자 제공과 같은 절차 만 준수하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정 보주체의 프라이버시는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사 업자들의 규제 부담은 줄이는 길이다.
유럽사법재판소는 2014. 5. 13., 이른바 구글 케이스에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 을 하였다. 즉, 검색엔진에 정보주체의 이름을 입력 하였을 경우, 정보주체에 관한 불리한 사실이 실린 제3자 웹사이트의 16년 전 기사로 연결되는 링크가 검색 결과 화면에 현출되면, 검색엔진은 정보주체의 요청에 따라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유럽 개인정보보호지침 에 근거하여 정보주체의 프라이버시권과 개인정보에 관한 기본권을 검색엔진의 경제적 이익 기타 제 3자의 이익과 비교하여 형량함으로써 도출되었다. 유럽 개인정보보호지침에 상응하는 법률인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은,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정보 주체에게 이와 같은 삭제 요구권을 허용하지 않는다. 정보 주체는 대신, 민법상 인격권에 기하여 금지청구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와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 나 민법상 인격권에 기한 금지청구는 행정법규인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비하여 구제 절차의 신속성 및 간편성이 떨어지므로, 이 부분에 관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 경우 언제 정보주체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 세계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록은 허물어져 사라지고, 사람의 기억은 희미해져 간다. 그러나 디지털 세계에는 망각이라는 것이 존재하 지 않으며, 모든 정보는 쉽게 복제되고 유통되므로 개인은 자신에 관한 정보조차 스스로 통제하기 어 렵다. 사람들은 디지털 세계에서 그들의 정보가 망 각되기를 원하였고, 그 결과 잊혀질 권리가 주장되 기 시작하였다.
전통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관한 논의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보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유럽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는데, 2014. 5. 13. 유럽사법재판소에서 잊혀질 권리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 판결에서 법원은 문제된 개인정보가 합법적으로 게재된 것이더라도 정보주체가 요구한다면 검색엔 진 운영자인 구글은 정보주체의 이름을 검색하였 을 때에 나타나는 검색결과목록에서 문제된 개인정보 및 그 정보가 게재된 웹사이트로의 링크를 삭 제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 잊혀질 권 리가 표현의 자유, 알권리, 검색엔진 운영자의 영업 의 자유 등을 침해할 위험이 있음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판시는 정보주체를 과도하게 보호하고, 당해 정보의 게시자, 일반 인터넷 이용자, 검색엔진 운영 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 이 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하여는 각국의 전통, 문화에 따라 그 인정 여부, 범위 등이 상이하고, 우리나라 에서도 구체적인 인정 범위에 관하여 보다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잊혀질 권리는 망각이 존 재하지 않는 디지털 세계에서 정보주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에 대하여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 지만, 잊혀질 권리를 과도하게 인정해 줄 경우 그릇 된 자기표현 문화를 조장하여 오히려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향후 권리의 내 용을 구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