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의 문화전통이자 양한을 대표하는 시가형식인 금곡은 본질적으로는 과거의 인 물이나 사건을 기억하는 작업이다. 금곡이 기억하고자 하는 인물이나 사건은 현실의 문제상황과 긴밀히 관련된 것으로, 양한 문사들은 금곡을 매개로 자신의 정치이상과 가치관을 세상과 공유함으로써 풍속 교화자로서의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였 다. 본 논문은 양한시기 유행한 금곡 가운데 이민족과의 역사기억을 소재로 한 6편 의 금곡을 대상으로 한인의 집단기억의 실체와 정치이상의 일면을 탐색하였다. 그들 은 통치하는 중국과 복속하는 이민족이라는 전통의 화하 중심적 세계관을 계승하였고, 지속되는 이민족과의 불화와 잡거로 인한 정체성 위기에 대해 강박적 불안과 혐 오를 드러냈다. 또한 변란을 종식하고 평화를 보장해줄 영웅의 출현을 희망하면서도 이민족에 대한 무력 통합보다 문화적 유사성에 근거한 점진적 화하화를 선호하는 경 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