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격권보호는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선 사람의 인격(Personlichkeit)이라고 할 때 그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人개념과 인격개념이 서로 어떠한 연관관계에 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누구로부터 그리고 어느 한도로 그리고 무엇으로부터 사람의 인격을 보호해야 하는지 해결해야 한다. 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산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인격을 실현하기 위하여 같이 사는 다른 사람들의 인격 실현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또한 공공질서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자에 대한 제재가 무엇인지가 문제된다. 특히 금전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가 문제된다. 사람의 인격은 독일법에서 광범위하게 보호된다. 달성된 보호수준은 높다. 개별적인 영역에서 법발전의 내용은 유동적이다. 특히 인격권과 언론, 예술의 자유와의 관계에서는 유동적이다. 정리되지 않은 것은 물론 인격보호의 법률적 기초이론, 특히 소위 일반적 인격권에 관한 법률적 기초이론이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실존 인물에 관한 영화를 제작할 때에는 관련된 사람들의 인격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인격권 중 대표적인 것들인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 초상권에 관하여 주로 살펴 보았다. 명예훼손에 해당하려면, 우선 영화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 피해자로서 특정되어야 한다. 작중 인물과 실존 인물의 이름, 신체상의 특징, 나이, 가족관계, 직업 등이 유사하여 일반인이 그 영화가 실존인물을 묘사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그 실존 인물이 피해자로서 특정되었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사건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기괴하여 어떤 이성적인 관객도 그것을 사실의 묘사라고 받아들이지 아니할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영화에서의 인물이 특정한 실존 인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영화로 인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공공이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볼 것”이라는 위법성 조각 사유는 영화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면 명예훼손적 사실의 적시가 있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된다. 위 위법성 조각사유의 적용여부에 대해 의사 표현의 내용이 아니라 표현 수단의 종류를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므로, 의사 표현의 수단을 영화로 선정하였다고 하여 위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적용에서 배제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위 위법성 조각사유의 구체적인 적용에 있어서 대법원이‘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의 의미나 ‘목적의 공익성’을 넓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 공공성을 부정한 판례들을 검토해 보면 지나친 사생활 공개나 비방의 목적이 강한 경우 등에 한정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성을 부정해서도 안된다. 영화가 실화에 근거하기는 하였으나 일정하게 각색된 경우에도, 사실에 충실하게 근거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실성 내지 상당성이 있다고 보아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공적 사안 및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에 관한 것인지,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지 등의 기준에 따라 명예훼손의 성립을 완화하는 새로운 판례의 기준도 영화에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표현인 경우에는 학문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보다 자유롭게 탐구 또는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하고, 이러한 가치는 역사적 인물 또는 그 유족의 명예를 보호함으로써 달성되는 가치보다 소중한 것으로 배려되어야 한다는 점이 위법성 판단에서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 사자(死者)의 경우, 사자를 명예의 주체로 인정하더라도 침해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에만 명예훼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사자가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생활 침해와 초상권 및 성명권의 침해는 명예가 훼손되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성립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프라이버시권을 초상권, 성명권 등과 별개의 개념으로 다루고 있으므로, 프라이버시를‘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동일한 의미로 정의하고, 초상권, 성명권과는 별도의 개념으로 다룬다. 다만, 이들 모두를 광의의 프라이버시권에 포함시켜 검토하였다. 미국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사생활에의 침입, 난처한 사사의 공개, 오해를 낳게 하는 표현, 성명 또는 초상의 영리적 사용으로 나누어 검토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인격영역론에 따라 인격영역을 내밀영역, 비밀영역, 사사적 영역, 사회적 영역, 공개적 영역 등으로 구분하여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나라에서 프라이버시권의 내용 검토와 다른 권리와의 비교형량에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광의의) 프라이버시에 대해서는 공공의 이익이나 공적 인물의 이론, 본인의 승낙 등이 면책 사유로서 적용될 수 있다. 초상권은 사람이 자기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되어 공표되지 아니하며 광고 등에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아니하는 법적 보장으로서, 촬영·작성거절권, 공표거절권, 초상영리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초상권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인데, 위 광의의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면책 사유가 초상권에도 한계로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며, 그 밖에도 구체적 사안에 따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면책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내용에서 실존 인물의 이름이나 초상을 사용한 경우에도, 예술작품인 영화에 사용된 것이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 제목에 실존 인물의 이름을 사용한 경우에는 제목이 내용과 최소한의 예술적 관련이 있으면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