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은 지적재산권 중에서도 가장 침해에 취약한 권리로 꼽힌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에는 저작권의 보호수준이 매우 열악하였으나, 국제협약에 가입하고 관련 법제 및 판례 등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이를 강화해왔다. 그런데 오히려 저작권 보호가 강화되자 저작권을 악용하는 ‘Copyright Troll’문제가 대두되었다. 이들은 전략적으로 저작권을 수집하거나 저작권침해를 방조하여 형사 고소를 통해 피고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촉탁하여 수집한 뒤 민사소송 및 형사소송을 진행하며 합의금을 요구한다. 이는 특허권⋅상표권⋅저작권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Troll’의 문제이나, 특허권⋅상표권은 원칙적으로 독점권이 부여되는 등록하는 권리인데 비해 저작권은 비등록권리이며 대중들의 이용을 전제하는 권리라는 점, Copyright Troll의 주 타깃 역시도 일반 대중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가진다.
Copyright Troll의 유형은 ①저작재산권을 양수하거나 독점적 이용허락을 전략적으로 축적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회사, ②형사고발로 위협하여 합의금을 취하는 저작권대리중개업체, ③저작권자로부터 소송수행권을 위임받은 회사로 구분할 수 있다.
기존의 Copyright Troll 규제논의는 주로 저작권법상 형사처벌조항과 관련하여 이루어졌다. 경미한 저작권법 침해 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처벌 을 제한하거나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로 개정하여 저작권 없는 대리업체의 고발남용을 막는 것에 대한 입법안이 있어왔다. 또한 저작권 침해행위의 고의를 ‘중대한 고의’ 로 제한하는 해석론도 있었다.
최근 법원은 보다 전향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다. 미국 법원은 Copyright Troll의 정보제공신청을 기각하고 Copyright Troll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며 이들의 사업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또한 속칭 ‘합의금 장사’를 위해 형식적인 저작권 양수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는 저작권 자로 인정할 수 없다하여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당사자적격을 부정한바 있다. 우리나라 법원 역시 비슷한 논리로 ‘합의금 장사’와 같은 기획소송에 대해 소권남용으로 각하판결을 내렸다.
본 논문은 Copyright Troll의 유형 중 거의 존재하지 않는 ①유형의 논의는 생략하고, ②③유형을 중심으로 구체적 규제방안을 살폈다. 먼저, ② 유형의 경우, 저작권법의 공정이용조항 및 그 취지를 고려하여 영리성을 부정해 친고죄로 해석하 는 방식으로 형사처벌의 제한이 가능하고, ③유형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규제 및 저작권 남용이론 및 형사처벌제한을 통하여 그 행위를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법은 ‘저작권 보호’를 통한 창작촉진과 ‘공정이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진다.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하는 권리인 동시에 이용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저작권법에 존재하는 모든 법리들 은 최종적으로 저작권법이 추구하는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제재규정 역시 동법의 목적추구를 위한 하나의 중요한 도구이다. 따라서 이를 악용하여 오히려 저작권법의 목적을 해하는 역기능이 나타난다면 제도적 개선, 해석론의 다양화가 이뤄져야 한다. 본 논문에서 제시한 해석론을 포함한 법제개선으로 Copyright Troll의 규제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저작권 제도를 정당화하는 이론적인 근거로 자연권 이론과 인센티브 이론이 있어 왔다. 자연권 이론은 저작권 제도에 대하여 저작자 권리 중심의 해석을 시도했고, 인센티브 이론은 저작권 제도를 창작 인센티브 보호를 통해 저작물 창작을 촉진하는 공리주의적 수단으로 파악했다. 인센티브 이론은 미국 등에서 저작권 제도의 정당화 근거에 대한 주류적인 시각이 되었지만 외적 모티 베이션을 강조하는 특유의 관점 때문에 현실과는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다양하게 제기되어 왔다.
종래 인센티브 이론에 의한 현실 분석이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그 대안적 이론으로 행동법경제학 내지는 저작권 온정주의가 대 두되었다. 인센티브 이론 내지 합리적 경제인 모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던 행동법경제학 이 저작권 온정주의로 발전된 것이었다. 온정주의는 개인, 특히 저작자들의 결정에 따른 결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 선택을 제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과 우리의 저작권 법상에도 종래의 인센티브 이론 내지 합리적 경제인 모델로는 해석하기 어려우나, 온정주의 이론으로는 무리 없이 해석 가능한 조항들이 존재한다.
저작권 온정주의는 종래 인센티브 이론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저작권법을 통한 현실보완을 도모할 계기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즉, 온정주의 이론은 일부 취약한 저작권자들을 저작권법을 통해 보호할 근거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간접적 보완이라는 연성 온정주의를 넘어 직접적 보상(규제) 이라는 경성 온정주의까지 진행하는 것은 창작에 대한 개입과 시장의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도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