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지석묘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고고학계의 관점을 학사적으로 검토하고 함안 분지 안에 분포하는 지석묘군의 매장시설 배치와 입지 및 분포에 대해 해석을 시도한 연구이다. 처음 지석묘 연구자들은 한 시대의 문화적 표지물이나 사회발전 단계의 증거물로 파악해 왔지만 최근에는 일정 경관 내의 기념물로 파악하는 관점이 우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함안의 지석묘군은 일상의 주거와 섞이지는 않지만 일상의 주거군에서 멀지않은 장소에 축조되는 경향은 뚜렷하다. 함안분지는 주변 남강유역이나 남해안 분지의 양상과는 다르게 대규모 매장의례의 복합단지가 조성되는 현상이 관찰되지 않는 대신 지석묘가 취락 인근에 집중적으로 축조되어 왔다. 함안의 지석묘는 선상 배치되 는 양상이 뚜렷하고 그것은 당시 주민이 일상적으로 이동할 때의 교통로를 따라 배치된 결과일 가능 성이 크다. 특히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곡저평야 하천을 따라 선상으로 배치된 상석 열은 수백 년에 걸친 축조와 의례가 반복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상석 한두 개의 존재가 지석묘군의 위치를 말해주는데 상석 아래와 그 주변에는 10~20여 기 내외로 구성된 매장시설군이 분포하는 양상이 확인된다. 이러 한 지석묘군이 길면 2km 이상 연접 배치되어 선상의 지석묘 대군집을 형성한다. 각각의 소군집을 매 장의례의 장소로서 공유한 공동체들이 서로 협상하고 협동하여 축조와 의례를 반복해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석묘군을 경관 내의 특정한 장소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석묘 가 구축된 장소에는 공동체적 경험과 역사적 서사가 깃들여 있어서 기억을 소환하는 능력이 있다. 특 히 기념물적 건축의 축조, 특정한 의미를 지닌 유물의 매납과 같은 수행을 통해 장소가 만들어지고 건 축물이나 매납물의 물질성에는 개인과 집단의 기억이 퇴적되고 오랫동안 역사적 서사가 소환된다. 함 안 분지의 열상배치 지석묘군에는 개인적, 공동체적 경험과 기억들이 퇴적되어 왔기에 역사적 서사들 이 길게 연장되면서 현재의 물질적 흔적이 남아 있는 기념물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