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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 KCI 등재 구독 인증기관 무료, 개인회원 유료
        “예술은 자연을 모방한 것”이라 한다면, 예술이란 자연적 ‧ 인문적 토대에서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술이 발전하려면 당시대의 문화와 밀접해야 한다. 경험 접촉도가 빈번해야 대상을 여실히 파악하고 반영하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미술사와 문화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예사도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그 시대의 유행하는 대상과 방식이 어떠한 것을 수준 높게 발전시키는 토대가 된다. 서예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한자는 이미 우리 실생활에서 멀어져 있고, 세로쓰기 방식 또한 매우 특수한 필기방식이 되었다. 또한 한자보다는 한글이 주류 서사대상이 되고, 사유의 대상이 됨으로써 한자의 조형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약화된 실정이다. 쓰기 방식도 세로쓰기보다는 가로쓰기에 익숙해져 있고, 기록하고 전달하기 위한 문자의 기능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몫이 되었다. 서예가 이러한 문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전통과 현대, 예술과 디자인, 실용과 예술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새로운 형태의 서예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된다. 현대서예와 캘리그라피는 전통서예와 차별화 된 글자구조를 새롭게 구성하는 일이다. 이 일은 매우 창의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 서예방식은 모델이 있었고, 그 기준으로부터 어떻게 수용하여 어떻게 변용하였는가 하는 일정한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쉬웠다. 반면 현대서예와 캘리그라피는 방향도 방법도 수준도 목표도 없이 망망대해에 표류된 상태에서, 경험과 지식과 지혜와 직관을 방법삼아 방향을 잡고 영역을 확장하며 목표에 이르러야 하는 고행일 수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서예 역시 시대에 따라 그 풍격이 변해왔다. 그런데도 변화의 시기마다 자신이 ‘정통(正統)’이라 여기고 변화를 ‘이단’이라 주장하며 거부한 부류가 있었다. 하지만 거부한 것은 소멸되고 거부당하던 것이 주류를 이루며 새 전통(傳統)으로 남았다. 서예사를 회고해보면 한나라 때 초서의 유행을 비난하였고(非草書), 왕희지 글씨의 연미함을 폄훼하였고(古質而今姸), 안진경의 글씨를 추서(醜書)라 비난하였으며, 축윤명과 문징명 등의 글씨를 문둥이 같다고 욕을 하였다. 이렇듯 서예의 역사도 순탄치 않았다. 비난을 받으며 문자 쓰기가 예술로 인식되기 시작한 이래로 왕희지에서 안진경으로, 소동파로, 등석여로 이어지면서 서예사의 뼈대를 형성해왔다. 한글의 역사도 순탄치만은 않았으며, 한글서예의 역사도 시대와 그 시대 주류계층의 수요에 따라 유행을 바꿔왔다. 오늘날의 한글서예 역시 실용과 예술사이, 고전주의와 대중화 사이에서 사뭇 긴장관계가 형성된 듯하다. 문화는 대개 주류계층의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형성된다. 서예 역시 각 시대마다 주류 계층의 유행을 타고 이어져온 유행서풍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디지털 대중시대의 서예문화 또한 다시 한 번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해 있다. 이 시대의 주류 계층인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담론과 이데올로기를 생성하고, 그와 동시에 이 시대에 맞는 서예양식을 구축해 나가는 일에 촉각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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