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1970년대에 흔암리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출토된 탄화미를 현재까지의 식물고고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그 의의를 재검토한다. 흔암리유적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작물유체를 찾기 위한 물체질이 실시되었고, 최초로 청동기시대 탄화미가 검출되었으며, 최초로 탄화미의 개별 계측치가 보고 되었다. 또한 최초로 고고학 유적에서 볏짚의 식물규산체가 발견되었다. 흔암리 탄화미는 흔암리형 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동아시아에서 매우 독특한 극단립이다. 또한 크기 분포에서 정형성이 떨어지는 점이 특징적이며 이러한 현상이 복수 지점에서의 시료 채취, 품종의 유전적 다형성, 수확 시기의 차이, 표본수 부족 등에서 기인하였을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흔암리유적에서 기존에 보고된 수수와 조는 동정 오류이고 보리는 후대에 혼입된 미탄화종자이기에 결과적으로 흔암리유적에서는 벼만 출토된 것이다. 그러나 중부지방 역삼동-흔암리유형 주거지 작물조성을 고려하면 청동기시대의 흔암리는 벼가 주곡이지만 잡곡을 포함한 밭작물도 재배되었을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