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수로에 관한 국제해상충돌방지규칙상의 서술은 모든 구체적 상황을 포괄하여 명시하지 않으므로, 실제 항법 적용상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좁은 수로를 항행하고 있는 선박과 수로에 진입하려는 선박이 서로 횡단하는 상황에서 좁은 수로의 항법이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발생한다. 2015년 발생했던 The “Alexandria 1” and “Ever Smart” Case에 대한 영국법원의 판결은, 이 문제의 보편적인 해결 방안, 즉 좁은 수로상에 있는 선박에게는 좁은 수로의 항법만이 적용되어야 마땅하다는 결론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다른 한편, 2017년 발생했던 “한림페리9호·민호호 충돌사건”에 대한 대전 고등법원의 판단은 외관상 영국법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논증구조는 판이하며, 향후의 지침이 되는 판결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본 논문에서는 상기 판결들에서 좁은 수로 인근에서 발생한 선박 간 횡단 상태에 있어 좁은 수로의 항법 적용을 정당화하는 과정이 어떻게 달랐는지 법적 논증이론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한국법원과 영국법원은 유사한 결론에 도달하 였지만, 한국법원은 논증상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정당화 맥락의 부족함이 지적된다. 이러한 논의의 목적은 특수한 상황에서 어떤 항법 적용이 옳은지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판결의 바람직한 근거 제시 방향에 대해 제언함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