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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2 구독 인증기관 무료, 개인회원 유료
        본 논문은 페르디난트 호들러(Ferdinand Hodler, 1853-1918)의 <선택받은 자 The Consecrated One>(1893)에 관한 연구이다. 호들러는 죽음의 경험으로 형성된 인간의 보편적인 운명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작가의 내면을 표현하였다. 호들러의 초기작은 비관적 종말론으로 보편적 운명인 죽음을 두려워하고 고뇌하는 인물상을 그렸다. 그러나 호들러는 1892년에 뒤팽과 아들 헥토르와의 재결합으로 안정을 찾게 되어, 삶과 죽음이라는 생의 이중적 구조와 보편적인 주제를 낙관적인 시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선택받은 자>는 이시기의 과도기적 작품으로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기념비적 회화이다. 호들러는 <선택받은 자>에서 여성 이미지들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배열하였고, 소년과 작은 정원을 화면의 정중앙에 배치하여 평행주의를 적용하였다. 평행주의란 호들러의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조형언어로 화면의 구성방식을 의미하는 형식적인 측면 뿐 아니라, 호들러가 평생 동안 추구한 보편적 가치인 내용적인 부분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호들러의 평행주의는 자연을 관찰하면서 그 거대한 운행과 모습이 형성하는 통일감을 바탕으로 정립되기 시작하였다. 호들러가 평행주의에 대한 개념 정립이 자연의 질서와 통일감에서 시작됐다면 이론적 근거는 샤를르 블랑(Charles Blanc, 1813-1882)의 조형예술의 문법 Grammaire des Arts du Dessin(1867)의 영향이었다. 블랑의 저서에 서는 종교적 신성함을 부여하기 위하여 이집트 미술의 반복 대칭을 강조하였으며, 호들러는 이러한 특징을 <선택받은 자>에서 활용하였다. <선택받은 자>는 이러한 형식적 특징과 함께, 기도하는 나체의 소년과 천사들 그리고 추상화된 배경으로 신비롭고 신성한 종교적 분위기와 상징성이 풍부한 작품이다. <선택받은 자>의 주제는 ‘봄의 도래를 알리는 전령’과 ‘구원을 의미하는 기독교적 도상’ 으로 분석된다. 첫 번째 주제는 범신론에 근거한 자연숭배사상으로 봄의 부활과 재생, 젊음의 생명력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였다. 호들러의 종교는 프로테스탄트교였지만 1892 년 장미십자회 전시와 19세기 말 여러 가지 신비주의에 관심을 가지면서 범신론적인 주 제를 표현하였다. 두 번째 주제는 아들 헥토르와 천사들을 통해 드러나는 기독교적 구원의 개념이다. 호들러는 유년시절 가족들의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을 극복하기 위해, 칼뱅의 선민사상을 기반으로 아들의 구원을 기원하고 있다. 그리고 호들러는 묘목과 소년과 천사의 도상을 통해 십자가 책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호들러는 <선택받은 자> 에서 아들의 구원뿐 아니라, 십자가 책형으로 인간의 원죄를 대속한 예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인류의 구원을 기원하는 보편적 인류애를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호들러는 이 작품에서 천사를 성모마리아로, 소년을 어린 예수로도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여 가톨릭교에 대한 관심도 배제하지 않았다. 호들러는 <선택받은 자>에서 평생 동안 천착했던 종교성과 보편성을 개인적인 가치를 초월하여 성공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선택받은 자> 단 하나의 작품으로 작가의 인생관과 예술관을 포괄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6,3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