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작가 金仁順은 중국 내 ‘치링허우(70后)’를 대표하는 소설가의 한 사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희곡 장르에서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녀는 2004년 소극장용 희곡 <타인(他人)>으로 중국의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고, 2015년에는 『요재지이(聊齋志异)』의 「화피(畵皮)」를 장막희곡으로 만들어 극작가로서의 위상도 굳건히 하였다. 본고에서는 <타인>을 중심으로 그녀의 희곡 창작이 지니는 드라마 기법의 특징과 주제의식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그녀의 희곡적 서사 방식은 상식을 뛰어 넘는 대담한 발상과 인물관계의 기발한 설정 등을 통해 극적 충격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현실적인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실질적인 삶의 행태와 사회적 현상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격변하는 중국의 현실을 통해 인간관계가 와해되고 사회적 도덕과 윤리적 질서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매우 희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