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에서는 동아시아적 자연학의 한 갈래이자 계절의 변화를 천 문기상학적 이론으로 접근시킨 고대 월령론이 성립하고 전개되는 문제 를 살펴보았다. 이때 고대 동아시아적 월령론이 정초되는 사상과 이론 의 기초로서 천문학과 기상학 관점의 논의를 주목하였고, 특히 계절의 변화에 따라 배태되는 자연물의 관찰경험적 지식이 광범위한 물후론으 로 성립하는 측면을 드러내고자 노력하였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먼저 그 계절의 변화론을 천문관측이론으로 설명하려는 상서 「요전」의 사중성 문제를 살펴보았고, 이를 확대하 여 매월의 별자리 관찰과 물후로 연결시킨 대대례기 「하소정」의 월 령론을 고찰하였다. 이어서 진제국의 통일이념서 역할을 하였던 여씨춘추 「십이기」에 서 비로소 본격적인 1년 12월령 체계가 수립되었고, 이는 전한시기회남자 「시칙훈」과 예기 「월령편」으로 계승되었는 바, 이 세 종류 문헌에 수록된 구체적인 천문과 물후월령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이러는 사이에 월령론은 자연의 계절변화를 설명하는 적합한 이론틀 로 인식되고 확산되었으며, 그 끝에 후한대 성립으로 추정되는 일주서 「시훈해」는 1년 12월 24절기 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 1년 72후법 을 처음으로 규범화하고 체계적 설명틀로 수립하였다. 이제 자연의 계 절 변화가 매뉴얼화되어 달력이 없더라도 규범화된 각 절기의 물후 곧 절후법을 통해 쉽게 자연의 변화를 인지하고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72후의 절후법에는 1년 태양의 변화에 따라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기상상태와 동식물의 반응양태가 다분히 경험학적으로 반영되었으므 로 이 규범체계의 확산력은 매우 광범위하였다 하겠다. 남북조시대에 들어서 6세기 중반에 반포 사용된 위서 「정광력」은 드디어 72절후법을 역법의 주요 요소로 평가하여 수록하였으며, 다만 일주서와는 다른 계통의 72후 체계를 엮어 제시하였다. 이후로 「역 지」 계통에는 반드시 72후법을 수록하는 것이 항례가 되었다. 수나라 의 <황극력 72후법>이나 당나라 전기의 <인덕력 72후법>은 이를 전승한 주요한 흐름들이며, 당나라 중기 <대연력 72후법>은 기존의 72후 순서나 내용을 다소 개변하였고, 당나라 후기 <선명력 72후법> 은 이 대연력 계통의 72후법을 전승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가 국초부터 당나라 <선명력>을 수용하여 사 용하였으므로, <선명력 72후법>의 이론으로 자연변화를 인식하고 설 명하였을 것이다. 고려말에 도입된 <수시력 72후법>은 기존의 72후 내용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으며, 이 체계가 조선전기에도 습용되어 조 선의 학인들이 자연을 인식하는 주요 규범틀로 작용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72후에 기초한 물후월령은 월령론의 천문기상학적 접근 이자 전근대시대 자연의 변화를 해석하는 주요 통로로 기능하였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우리로서 그 물후월령을 통해 자연과 동화되고 적응하는 삶을 구가하는 것이며, 이는 달리 말하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우주론적으로 성화시키는 자연학적 기제가 여기에 놓인 것이라 이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고의 논의 는 월령자연학으로 열리는 방향이라 하겠다. 조선 후기에 널리 성립하는 각종 세시기 문헌의 세시월령이나 각종 시가 작품으로 전하는 월령체 문학 또는 각종 구비전승으로 전개되는 민속월령 문화는 우리 문화사를 구성하는 주요 영역인 바, 그 문화의 기초가 되는 월령자연학의 역사적 흐름과 이에 대한 천문기상학적 원 리 해명을 시도한 것이 본고의 주요 관심사이자 연구 의의라 이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