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연구자의 박사 학위 논문 중 1장과 3장 2절을 중심으로 발췌 및 번역한 것으로, 리 스트(Franz Liszt, 1811-1886)의 B단조 소나타에서 나타나는 십자가 모티브(cross motive)의 주제 적, 표현적 변형에 초점을 맞추고, 모티브의 변형을 통해 생성되는 내러티브적 해석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십자가 모티브는 그레고리안 성가 ≪신앙의 십자가≫(Crux Fidelis)에서 유래한 선율적 모티브로, 리스트의 작품에서는 기독교에서의 구원을 의미하거나 그의 신앙심이 표현되는 맥락에서 주로 사용된다. 리스트의 소나타에서는 다섯 개의 모토가 주제적 발전의 기초적 아이디 어를 제공하며, 그 중 네 번째 모토인 십자가 모티브는 5번에 걸쳐 등장하며 주제적 변형뿐만 아 니라 표현적 변형의 과정을 거친다. 본 논문은 음악이 진행됨에 따라 음악적 아이디어가 정서적 상태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클라인(Michael Klein)의 용어 ‘표현적 변형’(expressive transformation)과 해튼(Robert Hatten)의 ‘표현적 장르’(expressvie genre)의 개념을 연구의 출발 점으로 삼는다. 제시부의 2주제 영역에서의 십자가 모티브의 첫 등장은 화려하고 장대한 반주와 상승하는 십 자가 모티브 선율의 조합으로 인해 D장조에서 종교적인 장엄함을 드러낸다. 반면 발전부에서 제 시된 십자가 모티브는 단조성의 선율, 낮은 음역, 불협화음, 강한 다이내믹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다. 이는 십자가 모티브의 정서적 상태가 비극적으로 변형되었음을 보여준다. 재 현부와 코다에서 등장하는 십자가 모티브는 이전의 종교성, 장엄함, 영웅적 당당함, 승리를 다시 회복하며 기쁨과 환희에 찬 절정의 감정적 상태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십자가 모티브의 변형은 ‘비극과 고통에서 다시 쟁취해 낸 승리’의 내러티브로 표현될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내러티브 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헐리우드 영화 ≪레버넌트≫의 정서 구조와 십자가 모티브의 정서적 흐름 에서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을 발견했고, 상호텍스트적 맥락의 적용을 통해 본 논문이 제시 하는 해석학적 분석에 대한 접근성과 흥미를 높이고자 했다.
본 논문은 연구자의 박사논문 중 일 부분에서 발췌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목표를 지향한다. 첫째, 헤포코스키와 달시의 소나타 이론을 바탕으로 리스트의 B단조 소나타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전 소나타 형식의 규범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는지 밝힌다. 둘째, 라캉의 ‘오브제 아 (objet petit a)’ 개념을 리스트 소나타에서 나타나는 원조에서의 완전정격종지(Perfect Authentic Cadence, 이하 PAC)부재 현상에 적용한 내러티브를 제안한다. 헤포코스키와 달시의 소나타 이론 에 따르면 소나타는 제시부/재현부의 2주제가 PAC로 만족스럽게 마무리 됨으로써 필수 제시부 종결점(Essential Expositional Closure, EEC)과 필수 구조 종결점 (Essential Structural Closure, ESC) 을 이끌어내고 그로 인해 성공적인 내용의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게 된다 (Hepokoski and Darcy 2006, 242). 소나타의 보편적 계약(generic contract)인 원조에서의 PAC가 리스트의 B단조 소나타에는 부재한다. 이 소나타는 원조 (B단조 혹은 B장조)와 제2주제 조성(D장조)에서 PAC를 성취해내지 못하고, 오직 발전부의 C# 장조에서만 PAC가 나타난다. PAC가 나타나는 발전부의 안단테 소스테누토 (Andante Sostenuto)에서는 코랄 형태의 반주 를 바탕으로 차분하고 묵상적인 멜로디가 등장하는데, 이는 종교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자아 낸다. PAC의 등장, 그리고 사색적인 멜로디와 반주 형태는 B단조 소나타에서 이부분을 모든 것이 완벽한 곳, 즉 유토피아로 만드는 듯하다. 하지만 C#장조에서의 PAC는 소나타의 본질적 목표 점과도 같은 EEC와 ESC를 성취해 내지 못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원조의 PAC (I:PAC)는 B단조 소나타에 있어서 도달할 수 없는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라캉의 개념 ‘오브제 아’ 와 연계될 수 있는데, ‘오브제 아’는 어떠한 주체가 욕망하는 궁극적인 것이나 본질적으로 소유할 수는 없는 대상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원조의 PAC (I:PAC)는 B단조 소나타에게 있어서 결핍된 열망의 대상으로 ‘오브제 아’ 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