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신성한 텍스트로서의 성경이 해석학적 관점에서 이해되고 해석될 수 있다라는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하려고 한다. 성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과연 문학적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다. 19세기 에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가 성서와 문학적 관점의 상호 연관성의 가능성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한 이후로, 성서 해석학은 다양한 형태로 꾸준히 발전되어 오고 있다. 신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은 신성의 권위를 내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 해석학의 근본적인 전제들 중의 하나는 성경은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안에서 어느 특정한 저자에 의해서 그리고 인간의 언어로 기록 되었다라는 것이다. 폴리쾨르는 포괄적인 해석학의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성경이 하나의 텍스트로서 문학 이론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해석되어질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특히 리쾨르는 성서에 드러나는 신의 계시와 다양한 형태의 담론과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그리고 그는 각 담론 안에서 신의 계시의 다양성을 지적하였다. 또한 텍스트와 공동체의 관계 안에서 성경의 정전이 어떻게 확립되는지에 대한 과정이 연구되어야 한다. 텍스트는 공동체를 규정하고, 공동체는 동시에 텍스트를 규정하기 때문에 둘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관계에 있다.
“오직 성경만으로(Sola Scriptura)!” 이 표어는 종교개혁의 중심원리 가운데 하나로서 다른 모든 신학적 원리들의 가장 기초가 되는 원리(prima principium)이다. 그러나 종교개혁기에 있어 다양한 논쟁적 상황에서 볼 때, “오직 성경만으로”라는 이 표어가 가지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신학적, 실천적 의미들은 더욱 세분하여 정확하게 논구될 필요가 있다. “오직 성경만 으로”라는 종교개혁의 원리는 신학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세부적인 교리로 구성됨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1) “성경의 충분성(sufficientia)” 교리와 (2) “성경의 명료성(claritas, or perspicuitas)” 교리이다. 본 논문에서는 이 가운데 특히 두 번째인 “성경의 명료성” 교리가 가지는 실제적이고도 중요 한 의미들을 루터의 신학을 중심으로 연구 고찰한 것이며, 또한 이것이 그의 종교개혁신학의 정립 과정과 성경해석 원리 및 여타 다른 종교개혁 원리들에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작동되었는지 살펴 본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신학에 있어 특별히 ‘성경의 명료성’ 교리와 관련하여, (1) 인식적 원리(epistemological principle), (2) 신학적 원리(theological principle), (3) 해석학적 원리(hermeneutical principle), 그리고 마지막으로 (4) 실천적 원리(practical principle)로서의 그 실제적인 작용과 구체 적인 함의들을 구분하여 고찰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우리는 ‘성경의 명료성’ 교리가 루터의 ‘십자가의 신학’과 그의 종교개혁운동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여러 신학적 논쟁 과 신앙적인 투쟁의 국면들에 있어 다양한 기능의 역할과 함의들을 함축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본 논문의 분석에 따르면, 루터에게 있어 그것은 먼저, (1) 신학적 인식과 실천을 위한 명확한 확실성을 담보하는 근원적인 “인식론 적 원리”(epistemological principle)로 작용하고 있으며, (2) ‘십자가의 신학’의 정립을 위한 ‘그리스도와 복음 중심’의 성경해석의 “신학적 원리”(theological principle)로서 기능함과 동시에, (3) 종교개혁신학의 체계화를 위한 구체적인 성경해석 방법론을 구축하는 “해석학적 원리”(hermeneutical principle)로 작 동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4) ‘말씀의 선포(설교)와 성례전의 개혁’, ‘전성도의 제사장직과 교회 직분의 개혁’,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소명론’과 일상의 삶의 개혁에 이르기까지 종교개혁신학의 핵심적인 “실천적 원리”(practical principle)들의 기초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현대 성경해석학 적인 위기의 상황 속에서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이 그들의 종교개혁신 학을 정립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초원리(prima principium)로 삼았던 “성경 의 명료성”(claritas Scripturae) 교리와 그것이 함축하는 올바른 성경해석 원리 들을 창조적으로 복원하여 더욱 발전적이며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깊이 있는 연구가 더없이 중요하고 긴급하게 필요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