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장어는 곰장어가 경상도 사투리로 된소리화된 것이다. 꼼장어의 정식 명칭은 먹 장어인데, 먹은 검다, 컴컴하다는 의미의 순우리말로 먹장어 눈이 퇴화하여 수염과 같은 더듬이로 먹이를 찾는 모습에서 이름 붙여진 것이다. 곰장어가 꼼장어로 발음 되는 현상을 말머리 된소리 현상 혹은 두음 경음화 현상이라고 한다. 말머리 된소리 화는 음절의 앞에 위치하므로 음운론적 영향 관계보다는 외적인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 먹장어라는 기의(signifié)의 측면에서 보자면 ‘꼼장어’와 ‘곰장어’는 같은 기표(s iginifiant)이다. 그러나 바르트의 말처럼 각 기표에는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신념과 가치가 부착되는 내포적 의미가 달라진다. 따라서 본고는 ‘꼼’장어에 대해 식용의 역 사와 사회적 배경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접근해봄으로써 ‘꼼’장어가 곰장어와 다른 내 포를 가진 기표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꼼’장어가 식용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접어 들면서부터이고 부산과 경상남도 일대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전국으로 알려졌다. 꼼 장어의 식용에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1970년대와 80년대의 부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경공업 중심의 수출주도산업화, 살아있는 날 것의 꿈틀거림, 거칠고 투박한 부산 사투리, 그리고 서민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특징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체성은 바로 ‘저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