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태평성시도>에 나타난 간판디자인의 조형성에 대한 연구이다. 한국간판문화의 형성은 개항 기에서 시작되어 일제강점기에 주로 영향 받은 것으로 보여 지며, 간판이라는 단어가 우리 문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는 1907년 대한학회월보를 시작으로 보고 있다. 당시에도 간판에 대한 크기나 색상 등 조형적 문제를 이슈로 다루 었던 기사가 나타난다. 이 당시 시작되었던 간판의 크기나 지나친 표현 등의 문제는 현재까지도 사회적문제로 지속되고 있 는 사안이다.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본 연구는 전통기의 간판 사용과 그 조형성을 살펴보고 특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연 구대상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시대 <태평성시도>를 선택하였다. <태평성시도>는 성시의 여러 생활상 을 담고 있는 일종의 풍속화로 당시의 상업시설과 상행위를 중심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이 그림에는 간판으로 불리어지는 초패와 등간이 나타나는데, 초패란 나무판에 글자를 쓴 것이고, 등간은 상품이나 업종을 형상화한 상징물을 장대에 걸어 놓은 것이다. 연구방법과 연구기준은 <태평성시도>에 나타나는 초패 총63개, 등간(燈竿) 총285개를 대상으로 구조, 형태, 색상, 내용, 서체를 중심으로 조형성을 분석하였다. 초패의 크기측정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양동민속마의 ‘대성헌’을 잣 대로 하였다. <태평성시도>에 나타난 간판디자인의 조형성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형태적 측면에서는 건축물에 적용되는 면적이 작아 간판이 건축물의 원형미에 최소한의 범위에서 개입하고 있다. 2. 언어적 측면에서는 상호나 상품에 대한 직접적 표현보다는 유교적 의미에 부합하는 글귀로 대신해 언어적 품위를 보이고 있다. 3. 수량적 측면에서는 좌우 두 개만 설치되어 있어 건물과 균형적 조형미를 느끼게 한다. 4. 윤리적 측면에서는 초패로 인한 교통 불편을 최소화 해 상반상생의 디자인윤리의식이 드러나 있다. 5. 색상에서는 시각적 혼란이나 자극적 색상을 줄이여 보는 이로 하여금 정서 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태평성시도>에 나타나는 간판디자인은 현대사회의 간판디자인과 조형의식에 한국적 간판의 원형 적 가치가 담긴 유용한 사례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향후 조선시대 간판 연구를 위한 이론적 단초를 제공한다 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