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은 불공정 경쟁행위와 같이 경제적 활동과 관련된 분야에까지 그 적용범위를 넓혀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저작권법상 보호되지 않는 저작물의 이용을 일반불법행위를 통하여 규율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다. 미국의 International News Service vs. Associated Press 판결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는데, 이미 미국에서는 이러한 법리가 부정경쟁법리를 통하여 정리되고 극복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건의 하급심 판례가 저작권 침해를 부정하면서도 불법행위를 인정함으로써 논의의 단초를 제시하고 있고, 이러한 판결례가 저작권 침해소송의 배후에 놓인“불공정 경쟁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은 의의가 있다. 그러나 동 판결들은 문제된“정보”의 저작물성 자체를 쉽게 부인하였는데, 위와 같은 논의의 전제로서 과연 대상물의 저작물성이 당연히 부인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동 판결들은 저작권적 보호를 부인하면서도“부정하게 스스로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이를 이용하거나 또는 원고에게 손해를 줄 목적에 따라 이용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는 간단한 설시를 통하여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하였는데, 이는 공중의 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정보는 자유이용이 가능하다는 지적재산권법의 대원칙에는 어긋나는 것으로, 이러한 판례의 태도가 지속될 경우, 무형적 정보의 이용에 관하여 무엇이 합법적인 것이고 무엇이 위법한 것인지에 관한 뚜렷한 기준을 찾기 어려워져 정보의 이용에 관하여 큰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또한 위 판결들은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손해배상 액수도 구체적인 근거에 기하지 않고 재량으로 산정하였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의 저작권성을 부인하면서 그 이용행위에 대하여 일반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저작권성의 부인이나 불법행위 요건 검토 및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비교적 명확한 기준과 입증자료를 제시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불공정 경쟁행위를 규율하는 일반조항이 없는 현행 우리 법제 하에서, 기존의 지적재산권만으로는 합당한 보호가 어려운 특별한 사안의 경우에는 이러한 일본의 태도가 참고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변화와 함께 기존 법률의 범주를 벗어나는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출현하고 있고, 이러한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그러한 이익이‘정보’등 지적재산인 경우에는 그 자유사용으로 얻어질 수 있는 사회전체적 효용이 있음을 감안하여, 그 보호와 자유사용 사이의 적합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